한국 근대사의 풍경-철도 중에서

 이 땅에 등장한 철마는 서구와 전혀 다른 야수와 폭군의 얼굴로 나타났다. 서구인들에게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는 환희를 안겨주었던 철도가 20세기 초 조선인들에게는 노역의 고통으로 등골이 휘고 뼈가 녹아내리도록 만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간선철도인 경부선과 경의선은 만주에서 러시아와 싸우는일본군을 먹여 살리는 병참 철도로 계획되었다. 철도용지 부근 주민들은 철로터를 대가 없이 징발당하고, 수시로 장정과 식량, 가축들을 제공해야했다. 1843년 열차를 타본 독일 시인 하이네는 "철도가 공간을 살해했다 무시무시한 전율과 전례 없는 공포감이 엄습했다" 라고 탄식했으나 그의말은 기실 유럽인들보다는 조선 민중의 철도공포증에 훨씬 어울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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