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질적인 엄마와 대기업 고문 변호사인 아버지, 뛰어난 소설가였지만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가 된 형 D.B, 순수하고 예쁜 여동생 피비, 그리고 백혈병으로 죽은 남동생 앨리를 가진 16살 소년 홀든 콜필드는 또다시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펜시에서 퇴학을 당한다. 집에 돌아가 아버지에게 혼나기 전에 집에 들어가지 않고 호텔에 머무른다. 하지만 외로운 자신의 주변에는 온통 멍청한 속물뿐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호텔로 돌아온 콜필드는 매춘부와 엘레베이터 보이에게 사기를 당한다. 콜필드는 호텔에서 나와 서부로 떠나기로 하고 여동생 피비를 보러 몰래 집으로 간다. 피비와 이야기를 나눈 후 부모님 눈에 띄지 않게 집을 나와 앤톨리니 선생님 댁에 찾아간다. 하지만 신뢰하던 선생님에게 변태적인 모욕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피비를 보러 학교에 간다. 콜필드를 보러 나온 피비는 무작정 오빠를 따라가겠다며 떼를 쓰고 그녀를 이기지 못한 콜필드는 집으로 돌아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이 책은 홀든 콜필드가 또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며칠간의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검은빛이 도는 우울한 하늘빛을 가진 이 작품은 나도 주인공과 하나가 되어 같이 우울해진다. 콜필드는 주변 상황을 언제나 삐딱하게 바라본다. 이 세상의 가식과 거짓을 절대 눈감아주지 않고 짜증나게 생각한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얼마 없다. 사실 콜필드가 하는 말은 모두 묘하게 맞는 말들이다. 하지만 점점 책장을 넘길수록 콜필드의 그런 생각들은 도를 넘는다. 앤톨리니 선생님 댁에서를 보면 그렇다. 사실 그냥 사랑하는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일지도 모르는데, 콜필드는 변태의 행동이라고 단정지어버리고 자리를 피한다. 콜필드의 말이 다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굳이 세상의 숨겨진 이면들을 밝혀내면서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도 주변 사람들은 아무 문제없이 지낸다. 자신만 힘들어진다. 행복하기 위해서, 가식과 거짓들은 때론 모른척해도 괜찮을 것이다. 주인공의 여동생 피비처럼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좋을텐데.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나 또한 콜필드가 비난하는 속물이기 때문일까, 아직 순수하기 때문일까? 콜필드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나이를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콜필드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흔히 '더럽다'고 표현되는 세상을 벗어나 거짓없는 순수한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콜필드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수레바퀴 아래서'처럼 어두운 느낌의 책이었지만, 왠지 한스와는 달리 콜필드는 절대 자살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에서 콜필드는 회전목마를 타는 피비를 보며 불현듯 행복함을 느낀다. 책에서 느껴지던 우울한 하늘빛은 이 대목에서야 검은빛을 걷어내고 희망이 깃든 하늘빛이 된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콜필드가 다시 학교를 다니면 잘 적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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