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그녕 marmmo fiction
류현재 지음 / 마름모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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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선물 받아 읽게 된 『빼그녕』.
책을 받을 때부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빼그녕? 참 특이하네. 왜 빼그녕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책을 쓴 류현재 작가님은 방송작가로 데뷔했다고 봤는데,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아, 이 소설은 보통이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프롤로그를 읽는 동안 묘하게 섬뜩한 느낌이 들었고, 그 감정을 안고 그대로 이야기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출생신고를 깜빡해 한 달 늦게 하는 바람에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도 못한 일곱 살 소녀, 백은영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사진처럼, 엄마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둔 앨범처럼 머릿속에 그대로 저장하고 있고,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특별하고, 독서를 무척 좋아하는 똑똑한 아이다.
백은영은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내지 않기로 선택하지만,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의 고뇌와 비애, 혹은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더 단순하게 말하면, 이름이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결정적으로 엄마와 아빠에게 반항하고
싶어서 거칠게 연필로 써 내려간 이름이 ‘빼그녕’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 빼그녕은 곧 백은영인 셈이다.

남들과 다르지만 참 착하고, 어떻게 보면 조금 외로운 백은영의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백은영의 입장에서는 밉고 싫은 아빠, 엄마, 동생 준수와
혜영이. 1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신선이 되어 여전히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할마, 가장 아끼는 송아지 프랑크, 나이는 많지만 유일한 친구인 배꽃 아줌마 춘입, 그리고 춘입의 남편이자 한쪽 손목이 없는 똘배등..
백은영의 눈으로 바라본 이들의 이야기는 스릴 있고, 심장이
쫄깃쫄깃 해질 만큼 긴장되면서도 정말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백은영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 주며 곁을 지켜주는 할마와 춘입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그래서인지 할마와 춘입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이야기의 결말로 갈수록 오히려 지루해지기는커녕 더 궁금해지고, 더 몰입하게 됐다.

그리고 읽는 내내 배경이 옛날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나오는 한 문장을 보고 나서야 ‘아… 이때의
이야기였구나’ 하고 정말 크게 놀랐다.

책을 읽기 전에는 빼그녕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그 뒷모습이 외롭기보다는 당차고 비장해 보였다. 같은 그림인데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나에게 이 책의 시작은 섬뜩함이었고, 끝은 슬픔과 반가움,
그리고 애틋함이었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빠짐없이
좋았던, 정말 완벽한 책이었다. 전체적인 전개와 표현력, 비유 속에서 작가님만의 매력과 생각이 느껴졌고, 그 덕분에 작가님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이야기, 따뜻함 속에 묘한 섬뜩함과 긴장감이 섞인 소설을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사건 위주의 소설보다는,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과 관계를 따라가며 읽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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