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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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는 길 한복판에서 갈 길을 몰라 하는 사람처럼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이유는 우리에게도 있다...

박민우,정우희,차순아,김민우...

이렇게 네명의 인물들이 이 소설의 주요인물이다.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읽어가는 동안 연신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정말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사람들이였으니까

박민우,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한 건축가이다.가족은 미국에 있고 부인과는 별거상태라고 할 수 있다.그런 그가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어느날 ​우연히 만난 고향 영산의 친구들로 어린시절 영산을 회상하기 시작하더니 학창시절 올라온 서울,달동네 달골시장의 삶을 보여준다.그곳에서 만나 여러 사람들은 그 시대의 상황을 잘 그려내어준다.억척스럽던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가 어묵집을 열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것부터 그 동네에서 친하게 된 재명이형과 그의 동생들과 많은 사건들,어묵집아들임에도 그 동네의 두명의 학생중 한명이였다는 이유로 어묵집이 아닌 학생집이였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떠한 시대를 통과해 왔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그리고 다른 학생이 있는 곳은 공동수돗가 앞에 있던 국수집 딸 차순아,동네에서 모든 또래 남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소녀이기도 했다.

나는 이런 곳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그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만 알뿐이다.마치 이 달동네,달골시장은 그림처럼 내 상상속에서 펼쳐지고 있었다.대가라는 칭호가 전혀 무색하지 않은 황석영 선생님의 글이란 것도 잊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문득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성공한 작가들의 여려작품에서 한번씩 느껴지는 그 매너리즘이 없었다.여전히 처음 황석영 선생님과 만났던 "한씨연대기"때의 그 감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에 감사드리고 싶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박민우와 정우희의 시점이 오고 간다.

박민우는 예순이 넘은 세대라면 정우희이는 이제 서른을 앞둔 세대이다.

정우희는 연극을 하는 여자이다.가난한 연극을 하기위해 지하월세방의 열세가 빌리고 생계를 위해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살아간다.지금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기본 시급이나 최저인금이니 하는 것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일급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기에 모든 것을 감수 해 가면서 살아간다.나는 우희라는 인물의 삶이 보면서 나도 지칠려고 하고 있었다.도대체 잠은 언제 잘 수 있을까?그러고도 살기는 너무 힘든다.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하고 생각하니 서글퍼지기 시작했다.우리는 지금 그러한 것을 인지하면서도 결국 꿈꾸기를 포기 하지 못하고 근근히 살아가고 있구나싶었다.

우희가 피자집 아르바이트에서 알게된 김민우라는 인문은 그렇게 보니 무척이나 강해보였는데 그런것이 강해서가 아니라 냉소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설 말미에 가니 슬프다기 보다는 아팠다.눈물대신 눈물고인 눈으로 웃을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기도 했다.

김민우의 어머니와 정우희의 감정선이 어떻게 이어지는 지는 것에는 결국 다시 달동네 달골시장이 있었다.

젊은시절 벗어나려고 했던 달골시장,그곳에서 벗어나기를 성공한 듯한 박민우나 수없이 벗어나고 싶었지만 결국에서 그 언저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했던 차순아,그리고 지금 형태로는 보이지도 않는 그곳이 이제는 달동네의 형태가 아닌 지하 월세방에서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대변되는 그 달골시장에 정우희와 김민우가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달골시장은 없어지다 새로운 형태로 재생되고 있고 어쩌면 더 그곳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지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금수저들에게나 꿈꾸는 것이 허용된 것같은 생각도 들면서도 박민우같이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 성공한 사람들도 이제는 돌아보면 여전히 그 곳에서 회한이 남게 된다는 것은 이제는 그의 곁에 마음을 가지고 남아있는 이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차순아가 된 듯한 정우희를 보면서 그 동안의 박민우를 보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을까?

과거의 인물들이 현재의 인물들에게 남겨준 것에는 깊은 회한이 진짜로 저사의 말처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같았다.김민우나 차순아의 선택처럼 그런 삶이 지속되는 속에서 정우희가 "왜"라는 질문도 하지 못하는 현실의 먹먹함을 가진채 우리는 살아가야만 한다...그래도 꿈꾸고 싶고 사랑도 하고 싶고 지금의 달동네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소설<해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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