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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 히어애프터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꼴사납게 몸부림치면서, 코에 물이 들어가 꺼억꺼억 토하면서, 뼈가 부러지고, 몸을 앓고, 저주의 말을 내뱉으면서, 그럼에도 균형감 있게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때를 향해서......그런 모든 것이 있는 이 지상의 거대함 속에 잠시 머물수 있다는 것을, 정말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그저 생각했다"p125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참 오랫만에 읽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내게는 설레임이다.
십년쯤 전이였던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유명한 작가인 줄은 알았지만 왜 그녀가 인기작가인지도 몰랐다.관심도 없었다.어느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그저 예쁜 표지가 눈에 들어와서 이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이네하며 사서 집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읽었다.새벽녘에 다 읽었는데 마치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어느 봄날을 느꼈던 그 첫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키친"이었다. 그 느낌이 되살아나 언제나 그녀의 소설을 만나는 것은 내겐 설레임이다.
사요코의 이야기고 그녀의 시점으로 소설은 이어진다.
사요코는 조각작가인 연인 요이치를 교통사고로 잃었다.같이 타고 가던 차에서 그녀는 살아나고 요이치는 떠났다. 도쿄와 교또를 오가며 사귀던 연인에서 홀로 남겨진 사요코는 교또의 요이치의 작업실을 정리하기 위해서 또 도쿄와 교또를 오가며 요이치와 같이 있는 듯하다.그리고 부모님집에서 독립해서 이사 간 아타루의 아파트.돌아가신 아타루의 엄마를 보고 다른세상의 존재들이 보이는 상태이다.아타루 역시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기에 친구가 된다.사고 이후 사요코의 유일한 친구는 자주 들르는 바의 주인 신가키이다.거기에 아타루가 추가된다...친구로...
나역시 사요코처럼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던 터라 몹시도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다.
그 시간이 지금 좀 아깝기도 할 만큼 길었기에 또한 많은 것을 변화시키기도 하였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훌쩍 시간이 지나간듯이 느껴지기도 하고 상처들에게도 무덤덤한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똑같이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다.
사람과의 연결...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세계...
어쩜 우리는 공존하고 있다.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느끼는 몸과 영혼.
또 다른 세계의 삶...
어쩌면 그들에게 오히려 우리가 잊혀진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워하고 아파하면서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 것이 정작 우리가 아닐까?
죽은 사람들이 보이지만 요이치는 보이지 않는 사요코는 그를 매순간 느끼면서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그 것들을 나역시 사랑하는 것 같다.
누구나 한번씩은 겪지 않았을까?
소중한 사람이 영원히 볼 수 없게 되는 경험...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있지 않은가?
살아있는 순간들을 만끽하며...
살아있으면서 살아있는 것이 슬플 때가 바로 소중한 사람이 떠나고 혼자 남겨질 때가 아닐까?
이 소설이 수 많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이 오히려 참 고마웠다.
대지진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남겨진 이들을 위로해 주고 싶어서 쓰게된 이 소설은 그 마음이 전해진다.
만약에 작가의 의도대로 무겁게 쓰였더라면 오히려 진짜 그 무게가 무거웠을것 같다.그럼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처럼 느껴지지도 않을테니까... 슬픔을 담담하게 담아내서 그녀의 감성을 전달받는다.
그래서 포근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어쩐지 달콤하고 맛있는 일이로구나."p122
소설<스위트 히어애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