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 - 2000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 동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약화되고, 혼전 순결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동시에 결혼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변해 때 되면 결혼하는 것이 당연했던 옛날과 다르게 독신으로 사는 사람의 수가 늘고 있다. 출산률 저하, 이혼률 상승 등의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회 전반의 경제 능력 향상에 따른 개인주의의 만연일 것이다. 기계, 정보화 문명이 확산됨에 따라 타인과의 친밀한 접촉이 감소되고, 문명 발달에 따른 경제력의 향상은 굳이 타인의 도움을 얻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필요성을 저하시킨다. 결국 사회의 이목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더욱 심취함으로써 되도록 타인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주의의 활성화가 위에 제시된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결국 이 책에서 보여지는 ‘결혼’은 ‘결혼’을 부정하지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으로서 부가되는 질문 하나. “결혼이란 무엇인가?”-분명 이 속에서 보여주는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를 제도적으로 합리화하는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 사회의 제도로서 사랑하는 남녀의 불법적인 관계로 만드는 것으로 등장한다. 내가 이 책에서 시종일관 느꼈던 것은 ‘결혼’의 한계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상적 행복을 추구하는 삶과 좋은 조건을 지닌 사람과의 형식적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맞아떨어지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드문 확률로 이러한 행복이 일치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고 해도 그 뒤에도 계속 행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사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의 작용은 3년이 채 안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 후는 처음의 사랑했던 감정과는 분명 다른 형태의 감정인 것이다. 서로에 대한 책임감과 익숙함 등의 감정으로, 그 외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런데 단지 그 짧은 기간의 사랑을 위해 결혼이란 제도로 서로에게 반영구적인 책임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한 결혼이란 제도가 고대부터 만들어진 것을 감안할 때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고대 인류의 수명은 현재 인류 수명의 반도 안되었다. 구석기인들의 평균 수명이 11~12살 정도이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시기가 7~9살 때 이다. 호르몬의 작용이 끝날 때쯤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그 당시에 이러한 결혼 제도는 큰 문제없이 적용 될 수 이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평균 수명은 70세를 넘어섰다. 이러한 구석기 시대와 같은 방식의 결혼 제도를 현재에도 똑같이 주장한다면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결혼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지속적이고 일정한 ‘사회구성원의 재생산’과 ‘사회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결혼이 고대 사회부터 현재까지 관습으로 굳어져 내려온 것은 단지 그 이상가는 사회통제수단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먼저 사회화하는 곳이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정이기에 무의식중에 이 제도를 당연시하게 된다. 이렇게 ‘결혼’이 일종의 고정관념으로서 자리잡게 되는 것은 남녀간의 결혼이 아닌 것에 대해 배타성으로 띄게 되는 문제를 안고있다. 사회에서 동성애자, 동거 등에 편견을 갖고 대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재생산과 사회화를 행할 수 없음으로서 안정된 사회를 파괴하는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결혼을 당연시함으로서 만들어진 금지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회구성원의 재생산과 사회화의 문제는 가정 내적으로도 갈등을 유발한다. 결혼과 동시에 자연적으로 부과되는 두가지의 과제가 주로 여성의 몫으로 인식되어 남녀 불평등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를 맡김으로서 역할을 한정지어 개인의 능력을 무시하게 된다. 전 인구의 반이 전통이란 이름으로 굳어진 역할에 갇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남녀간의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요즘 사회 전반에 걸쳐 결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더불어 동거, 이혼에 대해 이전처럼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이들도 줄었고, 혼전 순결에 대한 집착도 덜해졌다.(동시에 동성애에 대한 편견도 완화되고 있다.) 자신의 삶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타인의 권리(취향 혹은 존엄성의 문제를) 존중해 주면서 사회가 개방화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영화는 그러한 분위기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개방화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그린 것이다. 이런 개방화된 사회를 위해, 여성이나 성적 소수자가 온전히 제권리를 찾고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결혼은 폐지되어야 한다. 고대의 인류에게 맞을법한 제도를 현재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우리가 고정관념에 오랜시간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때인 것이다. 난 결혼이 스스로 구속하고 사회의 관행에 순응해버리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 속에서 그려지는 결혼은  흔히들 말하는 개인주의 성향과 관계가 깊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주의는 기존의 관념에 반박하는 단순한 젊은이들의 반발이 아니라 합리성에 기반을 둔 현명함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많은 이익이 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느선까지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남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을 보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제목과 같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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