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오늘은 클럽에 다녀왔고 다행히 살아남았다. 언젠가 재수가 좋지 않은 날엔 강간을 당하고 죽임까지 당할지도 모른다. 별로 안무섭다. 어짜피 이곳애 와도, 이곳에 오지 않아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p.27

나는 클럽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20살때는 꽤 자주갔던것 같다.
지금 가지않는 이유를 말하라면 글쎄.. 설레는 마음에 갔던 첫 클럽에서 누군가 내 엉덩이를 만지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이 너무 불쾌했달까? 춤도 못추는 내가 이런곳에 왜 있나 싶기도 하고, 춤을 추러 간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한테는 안좋은 기억들뿐이다.
난 클럽에 가지 않지만 강간을 당하지 않고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런곳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나는 무슨 준비를 해야할까? 갑자기 강간당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정신력? 언제 죽임을 당할지 모르니까 미리 영정사진이라도 찍어놔야하나 싶다.
나는 그래. 클럽에 가더라도 원나잇을 하더라도 서로간의 매너는 지켜주길 바란다. 서로 합의가 안됬다면 섹스는 안된다. 합의하에 원나잇을 하더라도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지 말아야한다.

오늘 외모를 덜 꾸밈으로 인해 내가 잃는 것도 있겠지만, 만약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살릴수만 있다면 나는 주저할 것이 없다. p.42

나는 원래 꾸미는걸 좋아한다. 잘 꾸며진 날 거울을 보면 행복하니까 그런데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사람들은 남에게 잘보기이 위해 꾸미는 걸로 착각한다. 물론 누군가 내 모습을 이쁘게 봐주면 좋지 하지만 나는 그런이야기를 듣기위해 꾸미는 게 아닌데? 내가 좋아서 하는건데?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가끔 꾸미지 않은날에는 불쾌한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꾸미지 않는것도 자유인데? 왜 사람들의 모습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시간에 자신들의 외면이나 내면을 가꾸시길.
나는 외면과 내면을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누구도 나에게 뭐라할 자격은 없다.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추운 겨울날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 빵과 카피로 아침을 시작허며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누구에게 나를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으니 참으로 마음이 편안하다. p.121

내가 동남아를 한달동안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고르라면 아마 가장 소외감 느낄것 같은 곳이지만 전혀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정말 편안했다. 내가 꾸미고 싶은날은 꾸미고 꾸미고 싶지않은날은 그냥 쌩얼로 나가고 술을 마시고 싶은날은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싶지 않으면 안먹어도 되고 산책을 하고 싶으면 산책을하고 멍을 때리고 싶으면 멍을 때린다. 나는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지 몰랐다.


상대가 슬슬 나를 유통기한 지난 빵처럼 대하기 시작한다면 사랑은 끝났다는 갓이다. 그럼 있는 힘을 다해 사랑을 버리고 돌아서라. 버리지 않으면 버려지는 게임이므로. p.140

이 세상을 살아가며 나만이 나를 사랑했을 뿐. 0.169

저를 읽고 기억하거나, 잊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그렇게 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p.207

내가 제일 부족해보이고 내가 제일 못난것 같고 내가 제일 뒤쳐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있다. 그냥 내 자신이 싫었다. 지금은? 나는 내가 제일 좋다. 나를 너무 사랑한다. 나르시즘이라고 해도 어쩔수없다. 이렇게 사니까 세상이 달라보였다. 모두 사랑하고 살기도 짧은시간이다.

나는 그냥 뜬금없는 생각을 자주한다. 길을 걷다가도 내가 만약에 사고가 났는데 핸드폰이 부셔지면 누가 가족한테 연락을 해주지? 자취방에서 혼자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면 어떡하지? 다들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하지만 나는 모르겠다. 어제 나에게 샌드위치를 사주셨던 동네아저씨가 오늘 아침에 돌아가셨다. 내가 알바하고 있는 편의점 사장님이 발견하셨고 신고까지 해주셨다고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하던 아저씨였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고 내 인생에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아저씨지만 이런 얘기를 들으니 뭔가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없는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벌써 걱정이다. 나이는 성인이지만 아직 부족한게 많은 나, 얼마나 더 강해져야 성인이 되는건지 아직은 무섭다. 그런 이런 이야기를 듣고 덤덤한 사람이 아닌 속상해하고 울고불고하는 어린아이로 살아가고싶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살아갈지 모르겠다. 100세시대라고 하지만 내일 아침 교통사고를 당할수도 있고 10년쯤 뒤에 아플수도있고 내 인생을 100세라고 생각하고 설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하루 사랑하고 살면 언제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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