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
배철수.배순탁 지음, 남무성.양동문 그림 / 예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배철수씨가 외래어 표기법과 관련해서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마돈나는 마돈나지 머다나가 절대 아니다.”


“Shania Twain의 Shania는 샤니아가 아니고 셔나이어임. 본인이 그렇게 불러 달라는데 그렇게 좀 부르면 안 되겠니.”


본인이 확실하게 그런 요구를 했다면 당연히 들어 줘야죠. 그렇다고 해서 줄곧 샤니아라고 불렀던 사람을 어느날 느닷없이 셔나이어라고 부르라고 하면 뻥찔 수밖에요. Madonna가 와서 ‘내 이름은 머다나지 마돈나가 아니다’라고 했다면 어떡하실 건지요?

인간세상에서 한 번 굳어버린 걸 바꾸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지요. 언어는 특히 더 그렇고요.


“Nirvana를 너바나로 표기한 것도 영 못마땅하다.”


이 책에서 음반 해설을 맡은 배순탁씨한테도 한 마디 하셨는지, 본문에선 ‘니르바나’로 통일하셨더군요. 제 기억으로 Nirvana가 92년인가 음악세계를 평정할 무렵, 배철수씨는 방송에서 이들을 ‘너배너’라고 부르셨습니다. 당시 주장인즉슨 ‘사전에 분명히 표기된 발음’이라는 말씀이셨죠. 물론 영한사전을 말씀하신 거였지요.

니르바나이건 너바나이건 어떻게 표기하건 간에 Nirvana 자체는 될 수 없지요. 그렇게 본다면 Nirvana를 ‘열반’이라는 정통 한국식으로 적는다 해서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열반이 니르바나보다 엉터리라고 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요. Nirvana가 불교용어이건 록 밴드의 이름이건 간에요.
"열반의 '십대 정신 냄새가 나, 듣겠습니다"

또, 니르바나는 산스크리트어의 발음을 흉내낸 건데요.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언어와 가장 가까운 형태로 전해 오는 언어는 산스크리트어가 아니고 빠알리어입니다.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는 귀족의 말이고, 세존께서는 평민의 언어인 빠알리어로 설법하시겠다고요.] 빠알리어로 ‘열반’은 ‘닙바나’로 발음하지요.

너바나, 너배너, 니르바나, 닙바나, 그리고 열반. 어떤 게 정답일까요? ‘유일한’ 정답을 고르는 게 가능하긴 할까요?


“배철수: 반 헤일런 Van Halen 프랑스에선 어떻게 발음합니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방 알렁.

[미국에선 밴 헤일런에 가깝겠지요. ]


배: 본인 이름이 불어 발음으로 정확히 어떻게 되지요?

르: 베르나르흐 베르베르흐. 한국인에게 불어의 r 발음이 어렵다는 거 잘 압니다.

배: 한국식 표기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르: 아주 재미있어요. 베 자가 세 번 들어가 독특한 느낌이에요. 한국 이름을 제 두 번째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배: 영어권에선 버나드 웨버라고 부르나요? [철자가 Bernard Werber]

르: 네. 스페인 가면 또 다르게 부르고요.


영국의 록밴드 Oasis는 ‘오아시스’일까요 ‘오우에이시스’일까요?


외국어 표기는 20년 동안 팝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몸소 부딪혔던 문제겠지요. 책 곳곳에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본인도 종종 헷갈려하시듯, 외국어 표기법은 그렇게 단순명료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한 꺼풀만 벗기고 들어가도 눈이 핑핑 돌아가게 복잡하죠. Peter는 영어로는 피터고, 러시아로 가면 표트르고, 성경에 나오면 베드로이지요. Henry를 앙리라고 발음하는 프랑스인한테 ‘이 무식한 님아. 헨리지 무슨 앙리야’라고 하면 그 사람이 뭐라고 할까요?

한 10여년 전이었나요. 어떤 청취자가 가수 빌리 조엘의 정확한 발음이 ‘빌리 조을’이라고 하니까 배철수씨가 그러셨지요. 조엘이건 조을이건 별 중요한 거 아니죠. 조엘이건 조을이건 그 가수가 변하는 게 아니잖아요. 조엘이건 조을이건 뭐 엄청나게 심각한 건 아닙니다. 이렇게 세 번인가를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청취자가 배철수씨더러 ‘당신이 틀렸어’라고 노골적으로 찌른 것도 아니던데, 약간 예민하게 반응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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