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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창비출판사의 [눈보라] 스페셜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었습니다.
가로 15cm x 세로 18cm 의 가제본 판은 책 자체만으로도 귀엽습니다.
100부만 특별 제작했다고 하는데, 정식 출간도서는 어떤 크기와 질감으로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북극이 매년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빙하가 얼지 않아 바다로 사냥을 나가지 못해 점점 말라가던 우리의 북극곰 눈보라는
배가 고파서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그러다 우연히, 얼룩무늬 곰이 인간에 둘러싸여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됩니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마을에서 쫓겨난 눈보라는,
검은 흙을 몸에 바르고 판다로 변장(?)을 한 뒤 마을로 갔습니다.
놀란 인간들은 판다가 나타났다며 눈보라를 반갑게 맞이하고 먹을 것을 주면서 환대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금세 판다를 사랑하게 됐고 가까이 두고 싶어 했습니다."
"고작 한 줌의 흙을 몸에 발랐을 뿐인데 자신에게 돌을 던지던 인간들이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몸에 바른 검은 흙이 쓸려내려갔고, 눈보라는 다시 인간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저 곰을 쫓아 주게! 영원히 이곳에 얼씬도 못하게! 북극곰은 언제나 말썽이야."
눈보라는 다행히 사냥꾼의 총에 맞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눈이 내려 사방이 하얗게 된 탓에 세 번째 총탄을 쏘지 못한 사냥꾼은
"녀석도 이번에 혼났으니 사람들 곁으로 안 올 겁니다. 영원히 ...... ." 라고 합니다.
사실...
"언제나 말썽"인 것은 눈보라가 아니라 인간인데 말입니다.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높아졌고, 그래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눈보라가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 것인데, 북극곰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인간이 오히려 눈보라를 위협적인 존재라며 쫓아버리기에만 급급합니다.
눈보라는 "거센 바람에 불려 드세게 휘몰아치는 눈(다음 사전)"이라고 합니다.
눈구름과 바람이 지나가면 눈보라가 잦아들고 사라지듯이,
만약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기후변화가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면,
어쩌면,, 사냥꾼의 말처럼 영원히 북극곰 눈보라를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책을 읽은 아이들은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 눈보라가 혹시 보이려나 다섯 페이지나 되는 눈보라 그림을 샅샅이 훑으며 안타까워 했고 눈보라와 판다를 차별한다고 섭섭해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볼로냐 라기치 상 수상작가의 그림책답게 그림이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글 없이 그림만 읽어도 줄거리가 이해될만큼 직관적이기도 합니다.
녀석도 이번에 혼났으니 사람들 곁으로 안 올 겁니다. 영원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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