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해, 그 안에서 나를 표현하고 지키는 방법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성인이 되어서 친구들을 만나면, 어느 순간부터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았다. 당연히 좋은 말일 리 없다.
이야깃거리가 이리도 없을까. 약속된 만남을 끝나고 집에 들어갈 때 뭔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남들 앞에서 험담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는, 그것이 주위의 인간관계를 오염시키는 일뿐이라서가 아니다. 험담한다는 건 결국 자신의 약점을 주변 사람들에게 대놓고 절규하듯 드러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p.123)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의 민낯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감추고 싶은 나의 약점을 말로 풀어놓고 온 꼴이니,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왔을 때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최종적인 인생의 질은 그 사람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달린 것이 아니며, 연봉이나 학력으로 평가되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에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렸다고 생각한다. (p.163)

 

 

 

 

서로 바빠 사람들을 잘 못보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그동안 남 이야기로 얼마나 소모적인 시간을 보내왔다는지 알았다.
앞으로는 쓸데없는 남 걱정(?)은 접어두고, '우리' 이야기로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잠을 자라"라는 선생님의 말은 분명 정답이다.
"심심해 죽겠으면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걸어"라고 가르쳐준 선배의 말도 잊을 수 없다. (p.224)

 

 

 

작가에게 한마디 던져준 이 말이 작가를 이끌어주었듯, 따뜻하게 기억될 한마디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잘 살았다고 칭찬해줘도 될 것 같다. 나도 많은 말은 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울리는 단 하나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에 나오는 글을 보며, 이 모든 글들을 작가가 휴대폰으로만 작성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너무 쉽게 쓴 것 같은 글조차도, 실제로 작정하고 쓰려고 하면 생각만큼 써지지 않는 것이 '글쓰기'이다. 자신의 생각하는 사랑과 인간관계, 삶에 대한 생각을 작은 화면에 써 내려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좋아한다‘나 ‘사랑한다‘ 이상으로 상대방을 긍정하는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선조들이 굳이 그 이상의 단어를 만들어내려 애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유일한 진실은 보편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그리고 이해가 잘되지 않는 상태도 두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p.97)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끼리 맺어진 관계는 약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하기로 정한 것들보다, 하지 않기로 정한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말로 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서로의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나지 않고 느껴야만 알 수 있다. (p.331)

우리는 ‘좋아한다‘나 ‘사랑한다‘ 이상으로 상대방을 긍정하는 단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선조들이 굳이 그 이상의 단어를 만들어내려 애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유일한 진실은 보편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그리고 이해가 잘되지 않는 상태도 두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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