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이상한 건, 재즈인지 모를 선율은 느껴지지만 히드나 크리스틴이 흑인이라는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모두 흑인인 영화는 '뿌리' 외엔 기억이 없어서일까. 토니 모리슨이 줄기차게 써댔다한들, 여전히 유색인종인 나도 흑인의 세계는 낯설어서일까.

무슨 수상작가 딱지(노벨상은 더욱더)가 붙은 책은 읽기가 더 망설여지는 습성에, 내가 처음 읽은 토니 모리슨의 책은 가장 최근작이 되었다. 러브. 표지가 정말 딱이다. 전혀 아름답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감추고 독자를 유혹하기론 말이다. 명쾌하게 이해되는 구절이 많지 않은, 화자와 시점이 작가 마음대로인, 지적유희와는 관련없는 소설이다.  현대적인 소설답게 악한 자와 선한 자의 구별은 의미가 없다. 갈등의 축이 단선적이지도 않다. 인종적인 문제는 소설을 끄는 거대한 줄기임엔 틀림없지만, 그안에 또아리 튼 인간의 음모와 배신이 더 두드러진다. 한 남자의, 성공한 흑인의 권력을 사랑하고 그에 빌붙기 위해 서로를 찢고 물어뜯을 수밖에 없었던 여인들의 삶은,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삶으로도 읽힌다. 물론 배부른 소리다. 생존이 걸린 문제에 느긋할 인간은 없으니. 빌 코지는 그 모든 것의 원인이면서도, 마치 권력자의 오만함이 그러하듯이 자신만 쏙 빠진 셈이고.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건 한 순간. 헤쳐나오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모리슨의 출세작 '빌러비드'를 한 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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