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인용된 실비아 플라스의 글을 리베카 솔닛은 어떻게 실천하며 살았을까


 '도로 인부들, 선원들과 군인들, 술집 단골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풍경의 일부가 되고 익명의 존재가 되어 그들의 말을 듣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내가 어린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늘 공격이나 구타를 당할 위험을 안고 사는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다 틀렸다. 남자들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사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런 마음은 그들을 유혹하려는 것이라고, 혹은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오해받는다. 아, 정말로 나는 모든 사람과 최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탁 트인 곳에서 자고 싶고, 서부를 여행하고 싶고, 밤에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싶다.


리베카 솔닛은 키 크고 깡마른 여성으로 싼 방세를 찾아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마을의 첫 백인 세입자로 살면서 남자에게 살해당할뻔한 친구가 선물해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퀴어 축제, 에이즈 활동가, 예술가들을 만나 우정을 나누고 신체적으로 약했던 여성이 네바다에서 반핵 운동을 하고 사막에서 살면서 모험을 하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배우고 미술관에서 화가들과 교류를 하고 잡지에서 일하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리베카 솔닛도 '사라지고 싶다, 이 공간에서 나의 존재를 지우고 싶다'는 마음에 휘둘렸다는 게 공감갔다. 밤 거리에 낯선 남자가 쫓아와서 도움을 자청한 역시 '낯선 남자의 낯선 차'를 타고 위기를 모면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인터뷰하던 연상의 유부남 예술가가 성희롱을 하고 남성 비평가가 이유없이 작품을 공격하고 남성 홍보담당자가 태업을 하는 등 리베카 솔닛의 발언과 생각을 억누르고 사회적 존재 자체를 지우려는 사회의 억압이 미국은 물론 한국, 전세계에 만연해있다.


리베카 솔닛이 이런 억압을 딛고 우리가 아는 리베카 솔닛이 되기까지 백인 권력의 힘도 있었다는 걸 부정하지 않아서 더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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