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사전 : 문장을 찾는 사람들 (역사·인물 편) - 삶과 세상을 통찰하는 문장과 명언
이용태 지음 / 책바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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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혹은 '격언'이나 '잠언'은 한 번씩 머리에 박힌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유명한 사람들이 남긴 말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멀리 나아가고, 더 높이 올라간 사람이 하는 말이기에 아직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꿰뚫어 보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말은 고작 몇 단어가 이어진 줄글임에도, 이루어 말하지 못하는 용기를 주고 삶을 살아가며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이번에 리뷰할 책 [문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 제목처럼 어딘가 의지하고 싶거나, 용기를 얻고 싶거나.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 실마리를 찾고자 문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원하는 바를 반드시 쥐여줄 것이다. 


"현대 사회의 위기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함과 무감각을 낳는다."

- 한나 아렌트 


기원전 1700년 수메르의 점토판에서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이 발견됐다는 이슈가 있었다. 당시 그 이슈에 대한 반응은 '옛날이나 요즘이나 똑같네'하며 '그 버릇없는 젊은것들이 자라서 다시 젊은이들을 버릇없다고 한다'는 등 재미있는 반응들이 있었다. 나는 한편으론 그걸 보며 문명은 발전하지만, 인간들은 바뀌지 않고 똑같은 문제를 만들고, 비슷한 역사를 반복한다. 그런 점에서 과거의 현명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는 건 그들이 겪고 고통받았던 문제들을 피할 수 있거나 훨씬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한 세기 전의 한나 아렌트가 남긴 문장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도 격하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를 찾고, 그 이야기를 완성하려는 존재다."

- 조지프 캠벨 


역경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 행복을 찾는 데에서도 같다. 사람은 언제나 행복을 좇았다.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도 행복을 위한 행동이다. 단지 미래의 큰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냐, 혹은 당장의 행복을 중요시하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렇기에 과거 현명한 이들,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이들이 행복을 위해 일평생을 노력하고 깨달은 바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떤 행복을 추구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나는 한 번도 일한 적이 없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순수한 열정이다. 열정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끝없는 동력이다."

- 토머스 에디슨 


"쾌락을 추구하되, 그로 인해 당신의 영혼이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라. 자유는 쾌락을 지배하는 힘에서 시작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신이 없다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 알베르 카뮈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안전함만을 추구하면,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

- 마크 저커버그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기 힘든 벽을, 문제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혼란을 겪고 있다면 다른 이들의 삶이 담긴 이야기가 그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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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핑계는 천문학이야 - 일상의 모든 이유가 우주로 통하는 천문대장의 별별 기록
조승현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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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바라보며 사는, 천문대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천문대장의 삶이 담긴 책이다. 천문대의 대장이라고는 하지만 아리송하고 감도 오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고 단지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평범하게 생계와 별에 대한 꿈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부단히 삶을 빛내는 그런 삶이 담겨 있다.

  이야기는 정말 일상적인 이야기들인데 왠지 멍하니 이야기에 빨려드는 매력이 있었다. 무척이나 평범한 이야기들과, 조금은 특별한 경험.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고민거리에 대한 이야기들에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항상 주변에 존재하는 것임에도 바라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쳐다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매력이.

  사람과 사람이 다가가는 일은 우주와 우주가 닿는 것으로 비유한 이야기나, 개기일식과 같은 그저 '현상'을 보기 위해 통장을 털어 비행기를 타고 낭만을 찾는 일, 원만한 가족관계를 위해 독립하는 일을 태양의 골디락스 존에 비유한 일처럼 한편으론 '지금 직업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새어 나오는 일상 이야기들은 여타 에세이에선 맛보지 못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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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명의 근원이자 에너지의 본질인 태양이라고 하더라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나는 가족에게도 그런 거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부대껴 사는 게 가족이라지만, 적당히 머리가 커서 협력에 한계가 온 가족이라면 조금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적당한 온기가 주변을 감싸고, 무심하게 쏟아낸 날카로운 말도 무디게 전달될 정도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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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자'인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천문학자인 '조승현'의 삶은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마치 직업병처럼 우주적인 비유가, 때론 우주적인 핑계들이 붙어 재치와 삶에 대한 통찰을 함께 전한다. 그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는 타인의 삶을 엿보듯 자극적이고 헤어날 수 없는 흥미를 주지만, 그 속에 담긴 그의 생각들은 결코 그게 단순한 유희, 재미에서 멈추지 않도록 이끈다. 


  나는 권태감을 느낄 때 프로그램 '극한 직업'과 같은 여러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여러 모습의 삶들에서 자극을 얻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러한 자극, 새로운 시각과 활기에 있어서 더없이 좋은 매력을 품고 있다. 이런 재치와 활기가 있어야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어린이들 속에 늘 어울려있기에 이런 매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일진 모르겠지만, 글을 통해 전해지는 그 매력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유쾌한 활력을 전해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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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롬멜은 전차 앞에 있다 - 도깨비 사단장, 사막의 여우
박기련 / 작가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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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 그는 무척이나 뛰어난 지휘 기술과 통찰력, 업적에 비해 역사 너머로 묻힌 사람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모두에 참전하고 특히 2차 세계대전에서 당시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장군이 되었지만, 나중엔 패전국이나 전범국, 반인륜적인 일들로 낙인찍힌 나치의 아래에 있었으며 히틀러의 경호대장직까지 맡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한 번씩은 그런 의문이 든다. 저렇게 잔인하고, 광기에 젖어 있었던 나치가 어떻게 전 유럽을 집어삼키다시피 했을까. 어째서 그를 상대하는 연합국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일까? 그 호기심을 풀 실마리는 '롬멜' 한 사람의 이야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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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멜은 용장이었다. 전장을 잘 읽고 신속한 결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대한 전투 현장과 직접 접촉하는 역동적이며 지적인 용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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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전쟁 기록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롬멜은 전쟁에서도,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도 굳세면서도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인물이었다.

전장에서 롬멜은 마치 먹잇감이 대비를 하기도 전에 쇄도하는 포식자처럼 기동성을 극한으로 살려 적군이 지원은커녕 방어 태세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들이닥쳐 부숴버리는 것이 그의 대표적인 전술이다.

또 다른 놀라운 점은 그의 군대에 대한 아득한 이해와 대담함인데, 빠른 지휘 체계를 위해 항상 후방에서 탁상공론하는 지휘가 아니라 최전방의 전차보다도 앞에서 전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지휘를 내리는 부분이다. 그는 비범하다는 말이 어울릴만한 장군이었다. 책에 기록된 그의 전쟁 일기들의 흐름을 따라가면 적국에 비해 압도적인 이 효율성 앞에서 얼마나 많은 군대가 버텨내지 못하고 무너졌는지 생생하게 느끼며 최종결정권자가 생생한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 어쩌다 나오게 된 것인지 비로소 느껴졌다. 


개인으로써의 롬멜도 범상치 않았다. 그의 마지막은 반히틀러파에서 히틀러 암살 작전의 참여 제의를 받기도 하고 동시에 히틀러에 의해 독살당했을 정도로 나치에 대해 부정적인데, 그 성향이 더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반감이 강해졌단 이야기에서 반인륜에 치를 떨게 만드는 나치에서 계속 몸을 담고 장군으로서 전쟁에 앞장서는 그의 삶이 어땠을지 전쟁 이외에 인간적으로도 더 탐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또한 아이히만처럼 평범한 악인이었던 걸까, 혹은 악인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끼고도, 돈과 삶, 가족과 같은 가치에 의해 합리화를 한 개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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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책방 이야기 - 모험과 사랑, 그리고 책으로 엮은 삶의 기록
루스 쇼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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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책방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오랜만에 소름이 돋았다. 에세이에서 이런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이 책을 다른 사람들도 읽을 생각에 설렘이 입꼬리를 들어 올린다. 나름 많은 이야기를 접해 본 나도 이렇게 충격의 연속이었는데, 다른 이들은 이 말도 안 되게 경이로운 에세이를 읽고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그녀의 삶은 혼란, 그 자체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과 사고가 계속해서 그녀를 덮치고,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이 새겨진 장소를 떠나고 이를 잊을 수 있는 다른 혼돈 속으로 몸을 던진다. 도피, 그녀의 일생은 도피의 연결고리다.

어린 시절 즐거운 시간 속에서 날벼락처럼 닥친 재앙과 같은 사건. 그 견디기조차 불가능한 상처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작된 그녀의 방랑 생활 이야기는 여느 소설들보다 더 비현실적이었다. 여러 책의 소개 글들을 보면 죄다 놀랍고, 충격적이고, 경이롭다는 문구들이 기본처럼 깔려있는데 '경이롭다'는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 같은 에세이다.


그녀가 평탄한 삶에서 벗어나게 만 사건에서 몸과 영혼에 새겨진 기억에서 살아남고 싶어 택한 해군 생활도 잘 적응하나 싶다가 치이고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싶은 의문에 어려운 과정을 넘어 전역에 성공한다. 이후 다음으로 정착한 스튜어트섬의 호텔에서 일을 하다가 이후에 만난 남자. 그와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결혼식이 코앞에 있었지만, 그녀가 몸담은 가톨릭의 교리에 따라 그의 자녀도 가톨릭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파혼에 다다른다.


삶이 안정될 수 있을 거라 여기던 지점에서 엎어지자 다시금 좌절을 겪은 그녀는 또다시 '브리즈번' 지역으로 옮겨가 자리를 잡는다. 이곳에서 만난 두 번째 남자와 다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이번에는 결혼식과 자녀까지 탄생한다.


아마 소설이라도 여기서 다시 그녀를 망친다면 작가는 뒷감당할 수 없을 텐데, 그녀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나락으로, 더욱 깊이 떨어져 내린다. 남편이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후 태어난 그녀의 아들마저 태아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세상의 빛을 본 지 13시간 만에 죽게 된다. 남편의 부모는 그녀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아들이 결혼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까지. 이 이후로도 그녀는 이 세상이 괴롭히겠다 작정한 듯 끔찍한 시련들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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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관한 한 나 자신을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내겐 정착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만지면 그 모든 게 다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고 앞으로 더 큰 고통이 어김없이 닥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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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독자들이라면 그녀가 마주한 일 중 한 가지 사건만 닥치더라도 다시 일어나기 힘들 좌절감이 휩쓸 것이란 걸 알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녀의 경이로운 회복 탄력성이 이 험난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사건들을 헤쳐나가고 지금의 책방에서 그녀의 가족, 이웃들과 따스한 삶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생각이 남는다.


아마 이 이야기 앞에서는 누구도 힘든 삶을 살았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울 테지만, "그러니까 너는 그 정도 고통에 앓는 소리 하면 안 된다." 따위의 공감이 결여된 꼰대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에세이 [세상 끝 책방 이야기]는 그런 사람에게 풍파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닻이 되어 줄 수 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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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두 번째 운명 - 악마를 변호하게 된 한 남자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
심재일 / 페스트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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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공정한 처벌'을 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에게서 죄를 물을 자유를 앗아갔다. 이를 통해 복수의 연쇄로 인해 벌어질 사적 처벌들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일은 막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거짓된 증거와 증언으로 만들어진 없는 죄로 인해 처벌받는 이와, 삶에 큰 상처를 낸 가해자에게 충분하지 않은 처벌로 피해자들이 짊어지는 억울한 사건들이 생겨났다. 이 소설은, 그중 후자를 주로 다룬다.

소설이라 믿기지 않고 드라마로 느껴지는 매끄러운 전개와 몰입감이다. 특히나 등장인물들간의 연결고리들이 이어지는 모습과 슬쩍 던져주었던 떡밥을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회수할 때 마다 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장점들이 더욱 잘 느껴지는 포인트는 소설의 전개 방식이다. 현재 시점에서 출발하지만 과거의 단편적인 회상들을 넘나들면서도 어지럽지 않고 깔끔하게 전달할 부분만 전해 이야기의 몰입감을 느끼는 포인트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야기는 처음 대한민국 사법 체계의 허점에서 탄생한 최악의 범죄자들이 처벌을 피해 가는 에피소드들을 보며 분노가 끓고, 그다음으론 사람들의 삶과 돈을 저울질하며 법을 이용해먹는 사법 체계 구성원들의 존재감에 좌절감이 든다. 그리고 종장에는 돈이 법을 위한 도구가 되고 법이 돈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현 상황이 어떤 요소들이 뒤섞여 지금과 같은 독성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전하며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에 빠져 있는지 은연중에 전한다.

성폭행범, N번방 운영자, 가습기 살균제 기업 대표, 리벤지 포르노 범죄자 등을 주인공이 강제로 변호하게 된 상황에서 본인도 사형을 부르짖고 싶지만, 아득바득 변호하는 답답함이 읽는 내내 가슴을 짓눌렀다. 이후 주인공을 포함한 피해자와 판결인 들이 실제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상현실로 똑똑히 지켜보는 모습은 끔찍함에 눈이 찌푸려지더라도 정말 현실에 구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로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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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문화, 갑을 문화, 선후배 문화, 존비어 문화, 군대식 조직 문화, 사람 갈아넣는 기업 문화 등등 조금만 들여다 보면 우리 사회에는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도처에 만연해있어. 거기에다 끊임없이 불안을 자극하는 자본주의까지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은 24시간 영업 중인 거대한 콜로세움으로 재건축됐지. 희생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불안해 하지 않는 사람을 가장 불안해 하며, 희생 당하지 않으려 버둥거리는 사람들을 더 큰 희생이 기다리는 옥타곤으로 몰아가는 그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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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민국은 법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다. 온갖 흉악범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앗아간 거대 기업들이 법의 단죄를 가뿐히 피해 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답답한 가슴에 어김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피해자들은 과거부터 미래의 삶 전체가 갈기갈기 찢겨 생의 마지막 숨을 뱉는다. 그 속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판결에, 나아가 사법 체계에, 더 나아가 이를 아우르는 국가 시스템에 문제점을 느끼지만 이미 너무나 비대해진 사법 카르텔 앞에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만이 남는다.

KARMA라는 초월적인 민간 조직이 이러한 법의 허점을 메우고, 나아가 여느 범죄 조직 못지않은 사법 카르텔에 할퀴듯 상처를 내는 이 소설은 무력함에 익숙해진 우리의 마음 한편 속에 있는 바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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