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펠탑에 가면 사랑이 있을까요?
박나형 지음 / W미디어 / 2025년 2월
평점 :
책을 읽는 나는 25살 남자 서평 프리랜서이고, 저자는 40세 여성의 번듯한 회사원이다. 눈에 띄는 그럴듯한 공통점은 오직 '같은 사람'이라는 느슨하고, 흐릿한 연결고리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흐릿한 연결고리가 얼마나 강하게 매여져 있는지 느껴진다. 그녀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여행의 이야기, 삶의 고민 이야기들은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삶도 다른 나이지만 절절히 공감하며 '다 똑같이 사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행복을 좇고, 삶의 불안에 시달리며, 내일은 덜 불안하고 조금은 더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다.
에세이에서는 40대에 미혼이며, 여행을, 특히 파리를 좋아하고 감정과 자신에 대한 표현이 정말 깊고 풍부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그녀는 하나둘 '결혼'의 관문으로 들어간 여행 메이트였던 친구들의 '아내' 혹은 '엄마'로서의 삶을 보며 외로움 혹은 불안감을 느끼지만 자기 자신을 책임지고 스스로에 대한 충만감이 가득한 모습, 여행처럼 흘러가는 일상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행복을 찾으며 삶을 즐긴다.
----------
요즘은 갑자기 행복들이 찾아온다. 길을 걸었을 뿐이다. 또는 커피 한잔을 마셨을 뿐이다.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청소기를 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행복하다. '내가 왜 행복하지?' 라고 생각하는데 이유가 없다.
----------
우리의 삶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외로워지기도 한다. 어느 순간은 뜬금없이 불안감이 닥쳐오기도 하고. 그녀 또한 똑같다. 직장을 가지고,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매년 여행도 다니며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삶을 살아가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불안, 우울, 외로움이 덮친다.
하지만 그녀는 부정적인 감정들처럼 행복, 즐거움, 여유 또한 그냥 솟아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별것 아닌 일상에서, 늘 흘러가던 대로 가는 삶에서 불안과 우울, 외로움처럼 행복과 즐거움, 여유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즐긴다. 그녀 스스로가 말하듯 아직 삶이 불안하고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견뎌 나가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은 이런 그녀의 모습 속에서 담담하고 묵직하게 전해진다.
----------
"이십 대로 돌아갈래?" 한다면 "아니"라고 하고 싶다. 이십 대는 "불안했고 잘 모르겠고 잘 모르겠고 잘 모르겠다" 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그러면 "사십 대는 괜찮아?"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불안하고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견디어 나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라고 말하고 싶다.
----------
때로는 별것 없지만 한결같은 일상이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박나형 작가의 [에펠탑에 가면 사랑이 있을까요?]는 사랑, 인연, 삶에 대한 고민을 늘 달고 사는 우리에게 조금은 목덜미의 긴장을 풀어주고, 조금은 삶이 흘러가는 대로 흐름을 타며 즐길 수 있는 여유를 한 스푼 섞어준다. 마치 불규칙한 파도를 타며 즐기는 해변의 서퍼들처럼, 에펠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에펠탑 주변에 돗자리를 펴고 그 순간을 만끽하는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