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신이 떠나다. - 공기업 사람들
윤스민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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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현실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낸 듯한 느낌을 주어 미생이 떠오르다가도, 빽과 같은 인맥과 지위를 이용한 비리를 뽑아내려 증거들을 모으고 싸우는 과정이 여느 수사물 영화들을 떠올리게도 했다. 나는 공기업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했음에도 소설을 읽으며 완벽하다시피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고, 그 속 인물들의 생각도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 얇지 않은 장편소설임에도 그렇게 몰입하여 읽으니 정말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한편으론 '이건 판타지가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다. 기관의 이전 원장이 나간 후, 새로 들어온 원장이 든든한 빽을 가지고 있고, 직급이 낮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짧은 임기이지만 회사 내의 썩은 비리들을 뽑아 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 믿고 함께 새로운 회사로 갈아엎어 나갈 수 있는 든든한 사람들이 함께 있기까지 하다니. 현실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런 이야기들이 사람들에게 퍼지고, 이런 모습의 회사가 이상적이라 생각되어 실제로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간다면 우리나라의 모든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는 없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니까. 능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고, 부패를 저지른 사람은 합당한 처벌을 받으며, 높은 직위의 사람은 아래 직급의 사람 대신 책임을 져주고 아래 직급의 사람은 그런 사람을 존경하며 진심으로 따르는. 그런 당연한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뤄지는 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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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4살, 미국 조기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Harin Oh / 작가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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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해외여행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영어로 극히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필요한 것, 원하는 것들에 대한 세세한 의사소통 자체를 하지 못하니 해외로 나가면 생활을 즐기며 유익한 경험으로 삼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에 급급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 덕분인지 책을 읽다 보니 부끄러움과 부러움이 느껴졌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가장 의지하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낯선 땅, 낯선 세상, 낯선 사람들 속에서 지내며 바라는 바를 위해 공부를 하고, 미국 대통령 상까지 수상할 정도의 업적을 이뤄낸 게. 나보다 까마득히 어린 나이에 확실한 목표를 위해 열정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도 멋있었다. 유학에 필요한 영어 공부와 유학을 갈 학교 고르는 법, 유학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대한 정리도 너무나 깔끔히 되어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상황들 속에서 자신이 느낀 걱정, 자신감 등도 솔직히 이야기하기에 부모님의 입장으로 자녀의 조기유학을 준비 중이라면 실질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알 수 있었다. 이런 작가님의 이야기라면 미국 유학의 에세이나 브이로그로도 미국 생활 이야기를 접했으면 하는 감상이 은근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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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거운 마음은 시가 되고 종종 그대가 되어요
김마음 지음 / 인디펍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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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떠오르는 불안, 의지, 사랑, 혹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작가님 본연의 감성으로 잘 다듬어낸 시집이다.

시는 너무 특이한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그런 익숙한 단어들임에도 특이한 조합으로 색다른 감상과 더 깊은 감정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한다.

어쩌면 요즘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는 이런 시일지도 모른다. 정석적으로 사전을 뒤져야 할 만큼 어려운 단어들을 쓰며 특유의 색채를 끌어올린 시보다 이렇게 익숙하고, 단순하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 단숨에 꽂혀 위로와 위안, 안심을 끌어내는 그런 시. 더군다나 흔히 보이는 1차원적인 위로와 싸구려 감성으로 치장된 시와도 다른 느낌이다.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고, 거칠게 깎여나간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책의 QR코드를 통해 시와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시를 음미할 수 있으니, 볕이 드는 조용한 곳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읽는다면 이 시집을 200% 이상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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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끝판왕 앵무새 - 세 마리의 앵무새를 키우며 알게 된 이야기들
박주하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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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독한 고양이 덕후다. 길 가다가 고양이가 보이면 한참 빤히 쳐다보고 사진도 찍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아이면 한참을 쓰다듬다 가기도 한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그렇게 열렬히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직접 키울 때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만큼의 환경을 마련하는 데 아직 어려움이 있어 고양이를 키운다는 생각은 접어두고 있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같이 지내는 동물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은 막연한 바람이다.

이 책을 통해 내 막연한 바람이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앵무새란 한 마리 한 마리의 가격도 비싸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더욱 사람과 교감하고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키우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그저 경험하지 못한 것에서 생겨난 두려움과 편견이었다. 이 책을 쓴 박주하 작가님께서도 앵무새를 키우며 절절히 느꼈듯 우리나라에는 앵무새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하면 검색에는 '앵무새 죽이기'와 같은 책 이야기만 나오고 정작 앵무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는 찾기가 어렵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본인이 가진 앵무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책 한 권에 담아 놓았는데, 그 정보의 질이 이 한 권의 책에만 의지해서 앵무새를 키워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나와 말을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삶을 함께 살아가는 동물로 앵무새를 알아보는 것도 정말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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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의 세계 - 그라운드 뒤편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 짜릿한 이야기
장기영 지음 / 시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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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히 이야기하는 '축알못'이다. 경기장을 뛰어다니고 골대에 공을 차 넣는 모습에 사람들이 왜들 그렇게 열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도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딸깍거리는 게임 대회를 보며 감동하고, 전율을 느낄 때가 있으니, 축구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도 그런 것이려니 싶다. 덕분에 동네 친구들이 축구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메시, 호날두, 손흥민과 같은 유명한 선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저 고개를 끄덕거리는 리액션을 하거나, 4스날이니 하는 소리를 할 때 웃는 리액선을 쥐어짜 내는 정도가 한계다. ?

아무리 축구를 보고, 축구 이야기를 듣고 해도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낸 게 23년째다. 그렇게 긴 기간 동안 축구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음에도, 이번 축구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텍스트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이 책에선 축구 선수를 담당해 마치 담당 선수의 삶을 책임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에이전트'의 일이 무엇인지, 그들의 삶은 어떤지 쭉 풀어내 주는 느낌이다. 어린 선수의 특정 부분에서 미래에 해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유망한 선수인지 판단을 해내고, 선수에게 걸맞은 팀에서 더욱 화려하고 인정받는 미래를 위해 힘을 쓰고, 담당 선수가 그에 걸맞은 월급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구단의 감독과 협상테이블에서 엄청난 두뇌 싸움을 펼치는 모습이 무척 재밌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수억, 수십억 단위의 돈이 오가는 이야기여서 그런가...

돈뿐만 아니라 장기영 저자님이 지금의 한국 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알아보고 수십 년간 담당 에이전트로 일해온 이야기도 담겨있기에 더욱 알차고, 때론 감동받고 때론 벅차오르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대해 알고싶은 분이라면, 혹은 '축구'에 사랑을 담고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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