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백야 - 1막 독백
김진우 / 일루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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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시리즈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 한스럽다. 초반부부터 세밀한 세계관을 통해 미친듯이 몰입해서 읽어나갔고, 주인공의 감정이 내가 직접 느끼는 것 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며 이야기를 그렇게 갈구해나갔는데 온전한 결말은 커녕 본격적인 사건에 대한 모든 실마리만이 모인 채 끝이 났다는게 작가님께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얼마만에 이렇게 몰입이 잘되는 소설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게헤나'라고 불리는 하층 도시와 '파라'라고 불리는 상층 도시에서 펼쳐진다. '게헤나'는 흔히 말해 뒷세계, 하류층이 사는 도시로 워낙 척박한 환경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풍요로운 도시인 '파라'의 더러운 일들을 도맡으며 야만스럽게, 비밀스럽게 살아간다. 주인공은 이런 볕도 잘 들지 않는 어두침침한 세계의 보스이자, 어린 시절부터 악착같이 오직 살아남기 위한 일들만을 했다보니 감정적으로 결여되어 있고, 냉철한 이성과 날카로운 직감을 갖고 있다. 아마 이런 주인공은 뭇 남자들이라면 모두가 상상을 해보았고 충분히 매력을 느낄 법한 캐릭터일 것이다. 높은 직위와 그에 걸맞는 능력, 그리고 쿨내 풀풀 풍기는 성격까지. 심지어 내가 더 이 주인공에게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삶에 대한 집착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주인공은 자살을 생각하며 등장한다.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 그렇듯 '아무 이유 없이' 하루만 더 살아보기로 결심을 했다가 하루하루를 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주인공을 포함해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그렇고,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있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핏 냉소적인 시각으로 툭 던지는 부분들도 생각할 거리들을 주어서 정말 좋았다.

소설을 꺼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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