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거짓과 혐오는 어떻게 일상이 되었나’ 책은 미국의 유명 서평가가 발표한 책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정치 문화비평책이라고 소개되어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요즘 시대’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짓 정보들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퓰리처상 수상자가 말하는 풍자란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받아 든 순간, 검정색 겉표지와 뱀의 그림은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을 처음 펼치고 이 책의 원제목을 완전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가쿠타니가 살펴보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Notes on Falsehood in the Age of Trump’에서, 아, 트럼프구나 하고 말이다.
미국은 G2국가 중 하나로, 전세계의 안보, 외교, 경제 등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의 대통령이자 전세계 통틀어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트럼프의 이야기라 사실 미국에 국한되어있다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미국적이다. 트럼프 역시 ‘미국’ 내에서 선출된 대통령이다. ‘미국’ 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선출한 대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싸움이 벌여져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거짓이 진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 IT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개념이 어떻게 활용되어왔는지가 덧붙여진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지금, 오히려 선별된(selected) 맞춤형 정보들을 선호하며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사실들로부터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능동적인 사회참여가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오히려 수동적인 ‘소속’의 형태로 변화한 게 아닌지, 이를 반영하면, 기술발달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소통보다는 단절된 세계 속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맞춤형 정보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 취향, 신념이 같은 정보만을 더욱 더 자주, 그리고 많이 접하게 되고, 이를 통해 소속감을 찾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알고리즘에 대한 맞춤형 정보의 위해성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편향된 정보만 지속적으로 보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웹의 등장으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할수록, 즉 조회수가 클수록 그 정보에 대한 가치 또한 커진다. 결국 ‘관심’이 가장 정보의 가치를 매기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고려해봐야 할 점은 정보의 ‘공유’는 자극이 강한 감정영역부분의 활성화로 이루어지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인지, 주관적인 정보인지, 정보 자체의 사실여부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범위, 감정영역에서 발휘하는 정보의 힘을 논하고 있다. SNS의 참여를 극대화할수록 주어진 정보로 더 정교해진(범위가 좁아진) 정보를 제공한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제공된 정보가 사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정보자체 또한 더욱 자극적이어야 한다.
가쿠타니는 사회에서 진실이 만무하게 된 맞이하게 된 원인으로 빅데이터의 가치와 비판적 사고의 부재 또한 지적하고 있다. 인간이 이성과 진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비판적사고의 유무보다는 관계의 진실성에 의해 지배 받는 존재가 아닐까. 거짓정보와 야유, 비판적 폭력보다는 상대방을 대하는 진실한 감정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권력이다. 이성과 진실을 가치로 추기보다는 인간성에 대해 가치를 두는 사회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이 다시 등장하게 되는 이유다.
책은 작고 가벼워 손을 크게 펼치면 한 손으로 쥐어 잡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이지만, 그 내용만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기본적으로 ‘트럼프’시대의 거짓말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미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및 시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책의 내용을 소화하기 힘들다.
 


#원탁의서평단 #진실따위는중요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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