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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평점 :

끔찍한 아동 학대 뉴스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동반 자살'이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알려진 '종속 살인 후 자살'을 비롯하여 방치 혹은 교육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가하는 잔인한 학대들. 모성애와 부성애라는 게 없는 걸까 싶은 너무나 씁쓸하고 끔찍한 사건들. 이 책에서는 가정 폭력, 아동 학대, 방치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아동상담소 직원 마쓰모토 유이치, 아동 가정 지원 센터에서 일하는 마에조노 시호, 청소년기에 친오빠와 그의 주변 사람들에 의해 폭력에 가해지고 자궁 적출까지 하게 된 나기사, 그런 나기사를 데리고 도망친 필리핀인의 아들 카이, 거리에서 방황하다 나기사와 카이에게 발견되어 '하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소년, 아이를 갖고 싶으나 갖지 못하고 인공수정으로 노력하는 이쿠미,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고 말하며 인공수정에 참여도 하지만 뭔가 내키지 않는 듯한 이쿠미의 남편 게이고, 카이의 친구이자 어릴 적 동생을 잃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야스나리, 아이를 잃은 충격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스나리의 엄마 등··. 내용을 이끌어가는 인물 외에 작게 소개되는 인물들만 해도 아주 유형이 다양하다. 아동 센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유이치와 시호 외에 그냥 공무원으로 책임감 없이 대충 일하는 사람들과 나기사의 도움을 가볍게 넘긴 사람들까지 정말 혀를 차는 정도로 모자라 화가 나게 만들었다.
이 책에는 참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을 당한 인물도 있고 그런 환경에서 도망친 인물도 있다. 이 동네는 생활력과 자격 없는 부모들이 내키는 대로 자신의 아이를 일상적으로 학대하곤 한다. 성인이 겪어도 암담한데 유아기, 청소년기에 그런 환경에서 자라고 경험해버린 것이다. 이미 삐뚤어진 아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거니와, 삐뚤어지지 않은 아이들은 어른을 의지하지 않고 아이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보호하며 살아간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순 없었다. 그리고 판타지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 책은 정말 우울한 우리 사회를 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그저 소설 속에만 나오는 허구의 일이면 가벼운 마음으로 넘겼겠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이보다 더 어두우면 어둡기에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아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나기사에 의하면, 다마가와시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베이뷰 타워는 불쌍한 아이를 보면 자기 머리카락을 내려 탑 위로 끌어올려 준다는 라푼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라푼젤이 도와줄 것이고 탑 꼭대기에 올라가면 아무도 데려갈 수 없다고, 불쌍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장소란다. 나기사는 매일매일이 죽고 싶었을 때 전망탑 라푼젤이 구원해 줄 거라 믿고 상상하며 행복을 그렸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전망탑의 라푼젤>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거의 막바지가 되어 충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졌다. 어떤 인물의 정체도 밝혀졌다. 소설의 장르를 잊고 몰입해서 읽어서 잊고 있었다. 이 책, 미스터리는 미스터리였지.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있어도 아이들은 날 때부터 부모의 사랑을 바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온몸이 멍과 상처투성이인 아이도 보호사들이 찾아가면 자기가 넘어져서 다친 거라고 우기곤 하죠. 진실을 입에 담는 순간 부모의 떨어지게 될 거라 본능적으로 느끼는 거예요. (p.169)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