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필독서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우리는 무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정말 똑똑한 사람도 AI에게 뒤쳐지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다. 사람보다 커피를 빨리 만드는 로봇, 사람보다 바둑을 빨리 두는 로봇, 사람보다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빨리 하는 로봇, 약과 병까지 처방해 버리는 로봇까지. 이제는 AI 스스로 진화하는 능력까지 터득해 버린 마당에 나중에는 얼마나 많은 인력 대체를 AI가 하여 인간의 자리를 뺏게 될지, 감정을 느끼지 못할 이런 AI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이 배치되며 사회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질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AI를 만드는 과학자들의 책임과 윤리 의식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고향을 세상 전부로 알고 사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본성이 허락하는 것 이상으로

위대해지려는 열망을 품은 자보다 얼마나 더 행복한지 말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 과학자라서 과학자가 지녀야할 윤리 의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이기도 하지만, 난 그 대상을 과학자라고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책임을 지는 것,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책임을 지는 것 등 이런 사항들 모두 포함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성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부모가 무책임하게 아이를 돌보지 않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프랑켄슈타인, 그의 타락은 계획과 연구가 실패한 게 문제인 게 아니고 자신의 창조물을 사랑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성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생명과 가치를 존중하자는 교훈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2회독 때는 다른 관점에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

나를 잊지말아요

물망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록 나라도 다르고 시대도 다르지만,

이 세상의 여자아이가 한 번은 지났을 법한, 그런 날도 있었지 ㅡ 하고 미소 지을 법한,

혹은 멀리 떠나온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쓸 법한 것들

사춘기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려 낸 고전 소설이다.

고전 소설임을 감안하고 읽어야겠지만,

지금과 시대상이 많이 다르더라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있었으며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던 책이다.

아버지에게 한마디 의견도 말을 하지 못하던 마키코는 남동생 와타루 덕에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용기를 낸 것이다. 가부장적인 세계에 살며 그것이 무섭게도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이렇게 용기 내는 경우는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여자 아이다. 요코, 마키코, 가즈에 사이에는 우정을 넘어선 묘한 삼각관계도 존재한다. 친구 관계의 질투까지, 이건 '사랑'이구나 싶을 정도로 꽤 노골적인 편이기도 하다. 우리는 학생 때 한 번쯤 동성 사이에도 우정 때문에든 어떤 감정 때문에든 서로를 질투했고 애정 했던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노골적이었던 요코의 애정 표현도, 아직은 서툴기 때문에 순수해 보였던 것 같다.

요코는 그 시절 여자아이답지 않게 대담한 행동들을 한다. 힘든 시기에 마키코와 일탈을 즐기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고, 동경의 대상이 된다. 가즈에는 가부장적인 분위기에 어느 정도 복종을 하며 동생들을 잘 챙기고 학업도 열심히 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즉 현실을 표현한다. 마키코는 이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둘 다 함께 하게 되는 결말. 어느 한쪽이 정답은 아닐뿐더러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결말이었다.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

여러 추리를 할 수 있게 잘 짜여진 구성

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일본 추리소설 좋아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사카모토 아유무 데뷔작 <환상의 그녀>다. 남주인공 후타와 만남을 가졌던 여자들이 사라졌다. 죽은 것 같기도 하고, 행방불명인 것 같기도 한데 과연 그녀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범인은 누구일까? 숨겨진 일이 어떤 건지 매우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지며,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한 번 더 통수를 맞게 되는 반전이 있는 책이었다. 데뷔작이라는데, 놀랐다.

주변 지인 말로는, 후타는 여자들에게 영 인기 있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세 명의 여자와 인연을 맺게 된다. 플라토닉 러브지만. 길게 교제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좋은 감정을 가지고 만났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여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다 같이 사라진다. 상중 엽서를 받는 둥 죽음이 짐작되기도 하는데 또 어떤 상황에서 보면 그녀 주변 사람들이 그녀들의 존재를 감추는 것 같고 이야기를 피한다.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 보니, 후타는 혹 자신이 기억 못 하는 사이 그녀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후타를 의심했고, 후타 주변 여자를 의심하기도 했다. 질투심에 교제했던 여자친구들을 죽인다거나? 여러 추리를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추리 소설이다 보니, 자세하게 후기를 남길 순 없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각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고 사건 추리하는 재미가 확실하게 있었던 책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트릭과 드라마라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거기에 감동도 받을 것 같고, 무릎도 탁 칠 것 같고, 어쩌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일본추리소설 #환상의그녀 . 그리고 나 또한 이 책의 속편을 기대해 본다.

※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

[100자평]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인공지능,인간복제 등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많기에 이 책을 다시금 곱씹어 읽어보고 싶다.

[100자평] 기타기타 사건부

기타기타 사건부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5월

참신한 소재에 일본 미스터리 소설 거장 미야베미유키 작가님의 작품, 기대됩니다. 연작 시리즈라니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네요! 기쁜 소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