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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을 위하여 - 나의 안녕, 너의 안녕, 우리의 안녕을 위한 영화와 책 읽기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참 좋았다. [안녕을 위하여.... ]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안녕을 위하여"라는 표지의 글자만으로도 이미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코로나가 바꿔버린 삶은 이제 누군가를 꼭 만나지 않더라도, 전화나 문자 한 통이면 충분한 것으로 바뀌었다. 대면의 일상보다 비대면의 일상이 편해졌기에 나의 친구들은 온라인 상에서만 존재하게 되었다. 매일 마주하는 강아지산책 모임보다 어쩌다 한 번 연락하는 30년지기 친구가 더 편한 이유 역시 그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책 속의 20개 이야기 중 아쉽게도 내가 아는 건 영화[러브레터]가 전부이다. 그래서 나머지 19개의 이야기는 오롯이 작가가 알려주는 이야기에만 의지해 그림을 그려나가야 했다. 그래서, [러브레터]만큼의 공감대는 만들어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영화를 보면서 두루뭉술하게, 그저 예쁘게만 그려졌던 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첨언으로 선명하게 그려졌다는 것을.
내게 그 영화는 두 여자가 추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남자의 진심이 어디로 향했는지, 마지막에 그걸 깨달은 히로코와 이츠키(여)의 마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단 한 번도 히로코가 죽은 이츠키(남)가 저 세상에서도 안녕하길 바라고 있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마지막 그 외침을 들을 때도 그게 작별인사라고만 생각한거다. 어떤 영화나 소설이나 드라마를 볼 때도 우린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영원히 안녕할거란 생각은 몇 번이나 해 봤을까?
[흔적 없는 삶]에서 전쟁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아빠 윌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딸과 함께 숲에 숨어 산다. 하지만 복지과 사람들에게 끌려가 사회제도안에 갇혀버리고 마는데, 아빠 윌은 여전히 그 삶을 힘들어하지만, 아직 어린 딸은 이미 제도화된 그 삶에 익숙해져버린다. 결국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헤어지는 부녀. 그 헤어짐 속에 담긴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느껴질 때 괜히 찡해졌다.
[소공녀, 심판, 타인의 고통]등의 내용도 상당히 와 닿았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바뀐 일상, 아시아인 혐오 범죄, 게다가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의 영향이 크다. 생존의 문제를 넘어선 인류애까지 걸린 이 바이러스와 무력과 폭력앞에 힘없이 사그라드는 많은 생명들을 보며 우리의 걱정과 동정심은 어디까지 닿아야하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이 두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마음엔 우리 자신의 평화와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거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유지하는 상대와의 관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들. 그럼에도 우리는 꾸준히 상대의 안부를 묻는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그 관계가 얕고 깊고는 상관없이 마음은 늘 상대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견주의 안부보다 그 집 개의 안부를 먼저 묻는 것도,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 생각이란 걸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하물며 사람이 사람에게 해서는 안될 짓으로 점철되는 전쟁이 인류의 안녕에 도움이 될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부디 인간의 마음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이 전쟁만큼은 하루빨리 끝나길.
출판사에서 책만 받아 읽고 쓰는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