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매우 수줍다
강모모 지음, Matatan 삽화 / 바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비오는 여름날 젖은 머리를 선풍기에 말리며
얇은 시집 한 권을 들고 누웠다. 바로 이 책이다.

시집이 오랜만인 이유는,
내가 말이 많은 사람이라서
그 말도 참 길게 하는 사람이라서
400페이지쯤 되는 장편소설을 읽어야
책을 읽은 것만 같아서였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시집은
말투가 동떨어져있어서
너무 센치해서 멀리했다.

그런데 우연히 집어든 이 시집에서
'글을 쓰며 살 수 있어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용기 낼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며 마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입니다.'라는
페이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나버렸다.

이 문장을 만나려고
이토록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나보다

-

글을 지어 밥을 짓고 싶은 나에게
그 어떤 말과 모습보다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말이 참 웃기다.
일면식도 없이, 예고도 없이
훅 들어와 내 인생에 흔적을 남긴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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