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뒤처지는 자신을 돌아봐주는 순례자, 우정이란 이름으로 5유로 지폐를 쥐여주는 순례자, 담백한 문장으로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는 순례자를 모두 천사라고 부른다.
물론 하루 10시간이 넘는 행장에 발이 부르트고,
때로는 물에 흠뻑 젖고 바람에 부닥치고,
겨우 뉜 몸이 코골이 사중주에 괴로울 때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푹 자려고 떠나온 곳이 아니기에
편하게 관광이나 하려고 떠난 여행이 아니기에
신발 끈을 고쳐 묵고 묵묵히 걸어나간다.
21년 전 이민자로 미국에서의 삶을 시작해 완전한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자문하게 되는 삶이란, 내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고단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온전히 ‘나’이자 여전히 한국인이고 한 명의 여성이며 이제는 ‘좋은 어른’까지 되고 싶다,라고 말하는 용기에는 길 위의 여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탈진이야말로 정서적 안정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시기와 이유를 속단하진 못해도 한 번은 저 길 위에 서 있을 나를 짐작한다. 여전히 나는 내가 애틋하지 않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삶은 어렵고, 나를 귀하게 여기는 법은 도통 모르겠다. 그리하여 두 손 모아 갈망하는 것이 ‘더 나은 나’에 그칠 수밖에.
비록 함께 걷진 않았지만 200여 페이지를 따라 그녀의 여정에 가만히 스며 들었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순례를 끝낸 그녀가 “먼저 지금의 나를 단단히 만들어 비로소 건강한 가족, 사회를 이루고 싶다."라고 바라고 있어서. 그 길 끝에 남은 것이 나 하나가 아니라, ‘모두’이기 때문에.
당장 순례길을 걷지 않는 우리도 저마다의 힘듦을 지고 산다.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마음 한 조각을 겨우 붙들어 놓은 채 살고 있다.
부디, 우리가 자신을 귀하게 여길 수 있길.
내 삶이 애틋해서 남의 삶도 소중하다 말할 수 있길.
그렇게 차오른 힘을 기꺼이 세상과 나눌 수 있길.
모두,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