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내가 집중적으로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이 있는데, 모아놓고 보니 모두 다 고전이었다. 서양 고전을 즐겨 읽었던 예전과는 달리, 얼마 전 읽게 된 [마음공부 명심보감]을 통해 동양 고전의 매력에 푹 빠진 터라 줄곧 관련 도서들만 읽고 있었다. 동양 고전 역시 서양 고전 못지않게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러한 책들이 쓰인 배경에는,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근본적인 것에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소해 줄 책을 찾다가 [비밀의 도서관]을 만나게 되었다.
99권의 문학 작품으로 3000년의 세계사를 읽는다는 소제목으로, [비밀의 도서관] 속에 등장하는 문학 작품들은 고대 세계, 중세시대, 르네상스시대, 계몽주의시대, 낭만주의시대, 빅토리아시대, 미국 대륙, 유럽 대륙, 현대 사회를 아우르며 내가 몰랐던 참 많은 것들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킬레스건’과 관련된 이야기다.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인 ‘아킬레스건’은 무적에 가까운 사람의 유일한 약점을 칭하는 관용어. 불사신이었던 아킬레스의 유일한 약점이 발꿈치였다는 것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속에 등장하는 아킬레스는 불사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 만큼, 생활 언어에 문학이 얼마나 밀접한 존재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기원’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찰스 다윈을 떠올릴 것이다. 낭만주의시대에 찰스 다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론을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조부인 다윈 역시 기원에 관해 책을 썼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찰스 다윈의 조부 이래즈머스 다윈은 뛰어는 의술을 갖고 있었고, 빅뱅 이론을 예견했으며, 발명가이기도 했다. 손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보다 덜 명확하기는 하나, 적자생존의 개념도 도입했고 ‘만물은 끊임없이 개선되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가설도 제시했다. 이래즈머스 다윈의 부족한 개념을 반세기 이후 그의 손자 찰스 다윈이 보충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이자 유명한 작가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 관한 글도 있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통스러웠던 위고가 펜과 종이만 가득 차 있는 방에 옷을 다 벗고 들어가 하인들에게 무엇이든 쓰기 전까지는 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한 일화도 소개됐다. 1840년대에 쓰기 시작한 [레미제라블]은 1862년이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 미국에서 출판된 뒤에 비평가들의 엄청난 혹평을 받기도 했다. 19장이나 되는 이 긴 책에서 끝부분의 아주 짧은 장에서 소설의 핵심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줄거리와는 연관 없는 세세한 묘사에 힘을 들였고, 특별히 워털루전쟁에는 많은 부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레미제라블]이 ‘놀랍도록 기발한 작품’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위고를 ‘지루한 미치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었던 책의 배경이나 작가의 상황, 시대적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서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도 그 책과 갑자기 친밀한 느낌이 들고, 작가와도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비밀의 도서관]을 읽는 내내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책들에 대해서도 시대별로 나뉘어 있어서 역사 공부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문학작품과 좀 더 친밀해지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비밀의 도서관]을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