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어린 시절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 번쯤은 꼭 들러보았음직한 장소다. 누군가에게는 눈이 번쩍 떠지는 대상이 되었을 수도, 또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장소였을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박물관이란,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곳이었다. 책 속에서만 바라보던 것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 책 속 주인공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알게 되는 사실만으로도 지루할 틈 없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기억 속 박물관은 보물 상자 같았다. 열어도, 열어도 계속 나오는.
그런데 [끌리는 박물관]에 등장하는 박물관들은 관람객들에게, 또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진정한 ‘보물 상자’들이었다. 세계 3대 박물관인 프랑스의 루브르,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영국의 대영을 모두 섭렵한 지인에게 책을 소개시켜 주었더니, 색다른 박물관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아는 박물관도 몇 있었지만, 주택 박물관이나 ‘사람이 복작복작한’ 박물관과는 거리가 꽤 멀어서 내 눈까지 사로잡을 정도였으니, 자칭 ‘박물관 매니아’는 어땠을까.
뉴욕, 파리, 피렌체와 같이 유명한 도시 속에 바다 속 진주처럼 반짝이고 있던 이 박물관들을 왜 나는 이제야 알았을까. 뉴욕에 갔을 때 진작 좀 알아볼걸, 하고 밀려오는 후회. 제목 그대로 ‘끌리는’ 박물관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 방문하고 싶은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끌리는 곳. 세계 3대 박물관처럼 유물이 많지는 않아도, 관리가 잘 돼 있지는 않아도 각자의 매력을 풍기며, 색다름을 뽐내며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박물관들.
가장 기억에 남는 박물관은, 아프가니스탄의 카불 박물관이었다. 아시아 미술을 영원히 변화시킨 부처상. 한때는 야만족이라고 불렸던 그 나라는, 이 유물들을 통해 ‘위대한 고대 문명’으로 재조명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의 유물들은 위협을 받고 있다. 탈레반이 아닌, 국제사회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