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 - 미어캣에게 배우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술
존 코터.홀거 래스거버 지음, 유영만 옮김 / 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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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변화를 싫어한다고 한다.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에 머물며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진화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뇌에 변화는 위협이고 공격인 셈이다.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순간 편도체는 방어 태세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성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고 두려움을 분사하게 된다.

재밌는 일이다. 사회는 개인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그것이 생존 전략이라 가르치는데 정작 뇌는 이에 역행하도록 설계되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그런데도 개인은, 집단은 끊임없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뇌의 설계를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무엇인가'를 변화와 위기 관리의 우화로 풀어낸 책 <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 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상반되는 두 개의 미어캣 무리를 대비시켜 지향과 지양을 말하고 있다. 리더십과 친화력의 상징인 나디아, 아이디어 뱅크 에이요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과거를 답습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무리와는 어울리는 미어캣이 아니었다.

*일단 자기들이 최선이고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면 그걸 뛰어 넘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는 들으려 하지 않는 것도 정말 싫어. 도움을 주려는 이들이 오히려 자리에서 밀려나고, 입 다물고 하던 대로나 하라는 말을 듣는 것도 진절머리가 나. p69

그들은 이탈을 결심하고 새로운 무리를 찾아 나서는데, 이 여정에서 매트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꿈꿔오던 무리와 조우하게 된다. 새로운 무리의 수장인 제나의 민주적이고 유동적인 무리 운영 방식, 부드럽고 따듯한 카리스마가 이전 무리와 극명하게 대비되어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가 확실해진다.

무리가 커지면서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그 대응 방식에는 큰 차이를 보인다. 전자(이전 무리)의 경우 우왕좌왕하며 서로를 탓하기에 바쁜 반면 후자(이탈 후 무리)는 협력해서 묘수를 찾아낸다. 위기가 위기로 머물지 않고 기회로 역전된 것이다.

* 우리가 그렸던 이상과 비전 덕분이에요. 우라 모두가 그것에 대한 열정적인 믿음을 갖고 함께해온 덕이지요. 그리고 두려움을 모르는 에너지와 창의력도 한몫했어요. 여러 장애물과 시련을 이기고 동료들이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도록 나는 그저 이따금씩 격려했을 뿐이에요. p122

지난 4년간 우리는 지양해야 할 무리 속에서 나디아와 에이요의 불안과 불만, 수많은 고민을 함께 했다. 그리고 힘들게 그 무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어떤 리더를 만나 어떠한 무리를 만들어 나갈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과 의지에 달렸다. 두 미어켓이 그러했 듯 말이다.

삽화가 포함된 길지 않은 이 우화는 익숙한 것에 대한 서술이다. 변화와 위기, 협력을 말하고 이상적인 리더상을 그리는 이야기가 새로울 리 없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서 놓치기 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선 전에 사전 경보와 청사진을 함께 제시하는 짧은 우화<하던 대로나 잘 하라고>로 주의를 환기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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