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문의 비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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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이런 탐정 추리 소설이 1900년대에 쓰였다니! 읽으면서 감탄의 연속이었다.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읽으며 너무 재밌어서 행복감마저 느꼈다. 소설이 쓰여진 시대가 시대인 만큼 조금은 촌스럽고 진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더 세련되고 참신하다. 지금의 추리 소설이 하향 평준화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니라면 지금 쓰여지는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쓰여질 이야기는 이미 예전에 다 쓰여진 게 분명하다. 

소설<어느 가문의 비극>은 네 명의 작가 여섯 개의 단편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형식의 추리 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추리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이가 있다면 소설<어느 가문의 비극>을 권하고 가장 재밌었던 작품을 물어보면 이후에 100퍼센트에 가까운 취향 저격 작품을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처음 두 단편의 여운과 기분 좋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유려하고 매혹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렌조미키히코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데 고사카이 후보쿠 작가의 소설이 그를 떠올리게 한다. 더욱이 한 수 위의 세련됨을 보여준다. 

'연애 곡선' 실연한 과학자의 심연과 처연함, 광기 어림이 심장과 피의 붉은 이미지와 만나 이야기의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된다. 무엇보다도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심연에 빠진 사람의 심장이 이렇게 처절하고 역동적이며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니!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마지막은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지만, 이야기에 집중한 나머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 단편 '투쟁'은 두 과학자의 논쟁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이야기의 주축이 되는데 여기서 사용된 트릭은 약간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정말 매력적이다. 암호가 풀리는 순간 감동은 덤이다.

고가 사부로 작가의 작품은 무난하고 통통 튀는 경쾌함이 있다. 추리 소설이 너무 무겁고 버겁다 느껴진다면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고가 사부로 작가의 소설이 앞뒤 이야기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 주고 있는 것 같다. 영리한 소설 배치가 돋보인다.

'오시타 우타루'작가의 소설은 트릭이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는 것 보다 서사와 사연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죽였느냐보다 왜 죽였냐가 중심이 되고 마지막은 신파의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하얀 연'의 이미지가 애증과 애달픔이란 감정과 뒤섞여 꽤나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표제작<어느 가문의 비극>은 트릭과 서사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가장 보편적인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다. 호불호가 나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추리소설의 전형이라 생각한다.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다. 이야기의 다양성과 무게 중심을 고려한 배치 그리고 해설과 작가 연보까지 심지어 종이 질까지 흡족했다. 이번 여름 더위는 이상 출판사(이상미디어)의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가 전부 사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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