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이 하루의 끝을 잡아당긴다 - 시가 되고픈 산문집
원시인 지음 / 멘토스퍼블리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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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뒷모습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표정도 시선도 생각도 앞모습에 숨겨 있기 때문이다. 시의 은유적 표현 속에 가려진 수많은 의미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읽어낼 수 있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어떤 감정을 발산하고 있는지.
우리는 안다. 타인의 뒷모습에서 읽어낸 감정이 다름 아닌 우리의 내면이라는 것을. 그래서 시를 읽는다는 건 지금 자신의 마음을 엿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노을이 진다.
태양은 한 번 밝게 신호를 보내고
어둠을 잔뜩 던져두고 가버린다.
이제 일어나야겠다.
내 몸의 오감을 일깨우고
죽음에서 깨어나야겠다
('잠' 중에서 )

여럿의 감정이 마음에서 일렁이는 밤, <어두운 밤이 하루의 끝을 잡아당긴다>는 시린 어둠 속에서 나 자신, 나의 진짜 마음과 마주하게 한다. 세상의 끝, 생의 끝에 서서 다시 시작될 나와 세상의 이야기가 시가 되어 묵직하게 흐른다. 흑백으로 처리된 사진이 시의 차분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심연으로 더 끌어당기는 듯하다. 불안과 혼돈, 슬픔과 좌절의 끝에 순수와 희망이 있다는 듯이 거침없이 극으로 극으로 감정을 몰아넣는다.

진실을 찾지 마라
다 거짓이다.
어디에도 진실은 없다.
유일한 진실은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일 게다.
(진실 p107)

진실과 거짓이, 나와 우리가 혼재한 시간을 헤매는 시인의 거친 호흡이 시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해야 할 건
희망인 것을
세상을 망각한 채 또다시
희망을 한다.
(망각 p62)

어둠의 끝에서 빛을, 절망 끝에서 희망을, 추함 끝에서 아름다움을. 하나의 시가 수개의 시가 되는 동안 감정도 판단도 그 극과 극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고통의 신음이든 입버릇이 되어버린 넋두리이든 시이든 시를 닮은 산문이든 책<어두운 밤이 하루의 끝을 잡아당긴다>은 때론 내 마음 같아서 때론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쌓이기만 하는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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