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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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우리 주위에 가난이 보이지 않는다. 한 귀퉁이일 망정 가난이란 문제를 늘 다루어왔던 신문 지면에서도, 성공스토리나 추억담일 망정 가난과 함께 성장해 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던 TV 드라마도, 각종 고발 프로그램이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가난은 지워져 가고 있다. 일찌기 가난이라는 현실은 항상 우리에게 해결을 모색하고, 문제의 해법을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소크라테스의 등에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등에는 모습을 감추고, 요즘 그 자리는 밋밋한 성차, 성정체성, 인종, 민족, 장애 등의 문제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난의 비가시화가 가난이 사라졌음을 말하는 것은 아닐게다. 여러가지 통계가 보여주는 바가 그렇고, 극심한 빈부차에 대한 이야기나 사회보장의 축소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간접적으로 얼핏 드러나는 증거들로 보아도 가난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계급투쟁>의 저자 브래디 미카코의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에서 그러한 가난의 이야기를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자신의 아이의 중학교 진학담과 함께 시작하는 저자의 글에서 우리와 다른 영국 교육제도의 몇몇 지점을 볼 수 있다. 우선 영국에서는 부모 친지 등과 함께 하는 거창한 입학식, 졸업식 따위가 없다는 것이다. 또 중학교육 과정에 드라마(연극)이 정식 과목으로 전국시험 수험과목에도 들어 있다던가, 시티즌 에듀케이션이라는 과목을 통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육시간이 있다는 것들은 지식 이외에 삶의 과정에 대해 중시하는 사회적 동의가 있다는데 부러움도 갖게된다. 그리고 아마도 하층 계급의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 학교에 이유 없이 결석하는 경우, 부모에게 벌금을 매긴다 한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러한 이유로 기후위기 반대 시위에 참석하는 학생의 대부분이 중상층 사립학교나 고급주택가 주위의 공립학교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르게 드러나는 차이점은 공립과 사립의 차이에 더해 공립의 경우에는 지역에 따른 학교별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국의 학교시스템은 빈부에 따른 차이를 분명하게 가시화하고 있었다. 뭐 굳이 숨길 필요가 없거나, 끼리끼리 자기 방식대로 사는 것이라는 지혜(?)이거나 체념이나 포기의 시스템화인 것 같다.


내게 이 책은 전작 <아이들의 계급투쟁>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예측되는 뻔한 이야기들이어서 긴장감도 글 읽는 재미도 떨어진다. 이 책에서도 전작에 다루어졌던 차브chav라는 공영단지 같은 곳에 사는 (즉 너무도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급에 대한 언급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예의 정치적 올바름 주창자들이 이 용어를 공공장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하지만, 이 단어를 회피한들 문제의 근원에 있는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그러나 이 책은 [‘배드한 랩이 울리는 크리스마스]라는 챕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교복이 없어 수선한 낡은 교복을(거의 공짜다. 벌당 1500) 입고 다니는 공영주택단지의 10대가 부르는 크리스마스 랩은 실업자 아버지와 술취한 어머니, 얹혀사는 할머니와 마약에 빠진 누나를 이야기하고, 암울한 크리스마스를 랩으로 읊조린다. 거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마지막 결론부에 그 소년은 하지만 달라/내년은 절대로 달라/누나, 엄마, 할머니, 아빠, , 친구여, 모든 친구여/내년은 달라, 다른 해가 될거야/만국의 좀도둑이여, 단결하라! 로 정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소년의 이런 랩에 대해 교장도, 교감도 다른 모든 교사들도 우리 학교 학생이 이정도야!’ 하는 자부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아주 오래 전에 대학원 시절 읽었던 이미 낡아 버린 이야기인 딕 헵디지의 [하위 문화]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렇구나, 영국에는 아직도 자랑스러운 노동자계급 문화의 전통이 (간헐적으로 아득한 기억속에서?) 살아 있구나!


책의 어디에선가 학생 둘의 다툼이 다루어진다. 한 아이(A:성공한 이민자 가족)가 가난한 아이(B)에게 가난에 대해 모욕하자, 가난한 아이 역시 A에게 반이민자 욕설을 퍼붓고 둘은 싸우게 된다. 이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선생님은 A보다 B에게 큰 처벌을 내리게 된다. 저자의 아이는 왜 둘 다 같은 모욕과 폭력을 사용했는데 B에 처벌이 더 큰가를 묻는다. 나는 이게 오늘날 포스트모던한 혹은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의 내면세계라고 생각되었다. 실제로 가난은 더 이상 가난한 개인에 대한 모욕이 아니게 되었다. 가난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가난이 사회적 사실로 누군가는 그러한 위치에 있는 것이 당연한 객관적 사실이 되었다는것 같다. 그러하기에 누군가를 동성애자라고 부르거나, 검둥이로 부르거나, 짱깨라고 부르는 것은 타인에 대한 모욕으로 들리고 제제의 대상이 되지만 가난은 더 이상 그런 문제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우리는 가난한 이, 노동자, 도시빈민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변혁의)주체라고 믿었고, 그들과의 연대를 통해서만 다른 사회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했었다. 오늘날 이 가난한 자들은 함께 스크럼을 짜는 우리의 편에 있지 않다. 지금은 비록 자유주의적 의제에 동의해서 함께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이 사회의 변화는 바로 저 반대편에 있는 가난한자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길을 잃고 해매게 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보편적이 되어라! 가 우리의 구호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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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이즈 섹스? - 성과 충동의 존재론, 그리고 무의식 여이연이론 36
알렌카 주판치치 지음, 김남이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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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된 정신분석 분야의 책 중 최고임. 주판치치의 ‘실재의 윤리‘가 너무 좋아서 저자만 보고 무조건 구입함. 게다가 주체가 빠진 채, 객체들의 상호작용만 난무하면서 혁명적 수식어만 나열하는 신유물론(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적확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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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언어 - 정치적 올바름과 정체성 정치 비판 바리에테 32
로베르트 팔러 지음, 이은지 옮김 / 비(도서출판b)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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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이상한 것 분명함. 전공자가 아닌듯 하고 표현도 이상한 비문도 많음. 하지만 읽다보면 부분부분 가독성이 있는 곳이 찾아지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충분한 공감이 되는 부분임. PC나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에 대한 해독제로 유용함. 다만 자주 인용하는 세넷은 별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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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류 행동의 모든 것
브루스 후드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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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다른 뇌과학 책에서 이야기 된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다가 깊이도 없어서 처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시간 날 때 읽으면 상식을 키우는 정도의 책이라 생각됨. 후성유전에 대한 것도 훨씬 더 좋은 책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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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아도르노 강의록 6
테오도르 W. 아도르노 지음, 박중목.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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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강의록입니다. 분석판단과 종합판단에 대한 혼동은 그닥 중요하지 않습니다. 번역도 좋고 가독성도 좋습니다. 광의/협의로 분류한 현상에 설명과 그로부터 사물과 물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부분도 제게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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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 2021-12-08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비체계적이라는게 단점이 전혀 아닙니다. 칸트에 대한 정설을 칸트 전체의 체계에 맞춰 설명한 책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이 책은 칸트에 대한 문제의식 뿐만 아니라 칸트를 통해서 전체 철학에 대한 문제를 분명하게 합니다. 단순히 칸트에 대한 평범한 이해를 원한다면 아예 다른 책을 보시는게 훨씬 낫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철학에 대한 통속적인 이해와는 다른 문제의식을 벼려줄 것입니다. 게다가 번역은 크게 문제삼을만한 곳이 없습니다. 가독성도 이정도 책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