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치고, 그리고 지루하고 고달픈 전쟁도 끝나야 한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가 돌아오고, 어머니가 오셔야 한다.
불탄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살고 싶다. 동생 스즈꼬도 찾아야 한다.
까까머리 인형이 들어줄지도 모른다. 일본도, 미국도,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저 종이로 만든 인형이 해 줄 것만 같았다. 그것은 하나꼬와 같이 불행한
많은 아이들의 마음이 스며 있는 꿈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비 내리는 골목골목마다 아이들은 까까머리 인형을 만들어 놓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게다. 한결같이 같은 마음으로
손모아 빌고 있을 것이다. 남을 때려눕히고 나 혼자만 잘 살자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마음과는 다르다. 아이들은 칼을 들지 않고도,
총을 겨누지 않고도, 폭탄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조용히 그러나 가장 아프게, 쓰라리게, 기도로써 눈물겹게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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