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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인이 온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김순현 옮김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8년 4월
평점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자신의 꿈은 접어둔 채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포토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월터 미티. 해본 것도, 가본 곳도, 특별한 일도 없는 월터의 유일한 취미는 바로 상상! 상상 속에서만큼은 ‘제임스본드’보다 용감한 히어로, ‘천상의 로맨틱한 사랑의 주인공이 된다. 어느 날, ‘라이프’지의 폐간을 앞두고 전설의 사진작가가 보내 온 표지 사진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당장 사진을 찾아오지 못할 경우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 월터는 사라진 사진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연락조자 닿지 않는 사진작가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상상이 현실이 된다.
어쩌면 영화 주인공 월터의 일상처럼 매주 교회설교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더 이상 싱그럽지도 생동감을 주지도 못한다. 그리고 거대한 고목의 그늘밑처럼 머물때는 시원하기 한데 영혼에는 더 이상 생동감을 제공받지 못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설교자들의 복음에 대한 시적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문체적인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설교는 정치인들이 발표하는 담화문도 아니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도 아니다. 설교는 교훈과 답답한 현실속에 살아가는 청중들에게 성경의 세계에 대한 꿈과 상상을 꾸게 하는 시간이고, 이 상상은 우리들의 삶에 강력한 삶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저자인 월터는 설교자의 임무는“ 복음의 강력한 역동성과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래서 듣는 이들의 삶의 평형을 뒤엎어 놓는 상상력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산문체의 형식이 아닌 시적 세계의 강력한 질문과 새롭게 보는 시각 그리고 새로운 대안에 대한 상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설교자가 일상의 밋밋한 일상속에서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 가야할 책임이 있다. 하나님나라를 상상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 몇 가지를 제시하면서 시적세계로 들어갈 때 설교의 역동성은 강력하게 듣는 이들속으로 침투하게 될 것이다.
첫째, 마비와 통증으로 대변되는 죄책과 치유의 실재를 다뤄야 한다. 설교자는 삶의 일상속에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는 죄책을 집중하지 않고 넘어가려 한다. 그러나, 죄책을 다루지 않는다면 그 언저리에 기생하고 있는 수 많은 죄의 파생상품들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그럼에도 직설적인 화법은 서로에게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저자는 성경이 사용하고 있는 시적언어들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죄책감의 현장을 보게 하고 깨닫게 할 뿐 아니라 이것을 온전히 치유할 수 있는 복음의 치유의 말씀과 확신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서 내 삶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의 근원을 보게 되고, 그것을 복음을 통해 회복할 자신감을 같게 된다.
둘째, 소외와 분노로 대변되는 현대인들의 왜곡된 아픔과 고통을 다뤄야 한다. 많은 이들은 교회공동체는 소외와 분노가 아닌 참여와 용서를 경험해야한다. 그런데 설교를 듣는 이들이 스스로를 소외와 분노의 상태로 만들어 말씀과 공동체의 참된 가치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모습은 주관적의식이라는 습관을 통해 습득되는데 즉, 타자를 온전히 상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상황 그리고 처지에만 골똘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배에 전적 타자인 하나님을 온전히 살아계신 분으로 상상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메시지도 자신의 상황에 갖다 집어넣는 꼴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설교자는 이런 모습에 빠져 소외와 분노가 가득한 이들에게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인격적이며 대화하며 공감하는 분임을 시적인 세계를 통해 전해야 한다.
셋째, 쉼없는 상태와 탐욕이라는 현대인들의 가장 강력한 욕망을 끊어야 한다.
성서는 창조기사부터 계시록까지 인간의 탐욕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탐욕은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심지어 예배마저 탐욕은 실용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한다. 창조는 끊임없이 하나님마저 쉼이 필요하신 분으로 묘사할 만큼 인간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참된 안식과 쉼이라고 강조한다. 현대인들의 삶은 먹거리부터 잠자리까지 일을 위한 도구로 환원시켰다. 그렇기에 설교자는 복음의 정신이 하나님안에서 쉼과 만족이라는 강력한 하나님나라의 상상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저자는 설교자가 과감하게 이 세상의 메시지를 끊는 시도를 풍성한 시적인 세계를 통해 열어제쳐야 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 월터는 상상을 통해서만 지루하고 바쁜 일상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해고라는 현실적인 압박은 상상을 현실로 이끌어 내게 하는 동기가 된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은 기쁨과 평안의 아이콘이 아니라, 지루하고 힘든 삶의 자리일 뿐이다. 그렇기에 세상의 삶에 익숙해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설교자는 하나님나라의 상상을 꿈꾸게 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 꿈은 정답을 알려주거나, 가르친다고 꿈꾸지 않는다. 설교자는 성서에 등장하는 시적세계를 통해 말씀을 듣는 이들에게 그의 나라를 꿈꾸며, 그의 나라를 갈망하며, 그의 나라를 내 삶에 실현시키는 자리에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침내 하나님 나라의 시인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