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길에 서다

욥, 까닭을 묻다 -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만난 하나님
김기현 지음 / 두란노 / 2022년 2월

최근 욥기에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접하면서 욥기 전성시대임을 실감한다. 최근 들어 욥기의 저작들이 나오는 것은 그 만큼 우리시대가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반증이다. 신앙의 모델로 욥을 치켜세우고 있지만, 욥처럼 사는 것에 대해서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사탄이 욥을 시험하게 된 계기도 하나님이 사탄에게 시험을 허락한 계기도 “욥의 순전한 믿음”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시작된다. 의인으로 산다는 것만큼 힘들고 고달픈 인생이 있을까 싶다. 그렇기에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이 “고난”이다.

저자 자신도 좀 더 의로운 길이 아니라, 편한 길을 걸었다면 굳이 고난의 여정이 아닌 꽃길만 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의로운 길을 선택했을 때 그가 거쳐야 했던 광야의 고통의 기간은 욥기를 보면서 위로와 위안을 얻듯, 저자의 삶을 통해 많은 이들이 위로와 격려를 받는 것도 삶의 아이러니이다.

저자는 욥기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의 고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내내 욥이 아니라 저자의 삶을 회상하게 된다. 욥을 고통스럽게 한 세 친구들의 훈계와 설교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의 삶에 수많은 걸림돌로 다가온 조언과 교리 그리고 위로같은 책망을 고발하고 있다. 평생 바른 삶을 살아온 저자 주변에 입바른 말을 그것도 성경에 빗대어 얼마나 많은 조언들을 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해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만난 하나님”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만약, 저자가 걸어온 삶의 자리가 납득 가능하고 늘 꽃길만 걸었다면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은 욥기의 하나님이라 아니라 만사형통의 하나님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눈이 틔는 곳은 푸른 초장이 아니라 어두껌껌한 페허의 현장이다.

단언하건데, 푸른 초장과 꽃길을 걷는 이들은 욥기의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다. 역으로 욥기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삶의 자리가 폐허며, 눈물이며, 지난한 자리에 처한 이들이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이 봐야 한다. 그래야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버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에겐 절망의 책이고, 누군가엔 한 줄기 위로의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