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야곱 DNA - 축복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이중적 욕망
김기현 지음 / 죠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고구마 농사는 풍성한 수확을 걷었다. 고구마를 캐면서 내 눈에 확 띤 것은 지렁이였다. 지렁이가 살아 굼틀거린다는 것은 이 텃밭에 유기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땅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렇기에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있어 지렁이는 하늘의 선물이고, 땅의 보화다. 비록 형태로는 사람들에게 환대받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땅으로부터는 극진한 환대를 받는 존재다. 이런 존재가 바로 김기현 목사가 관심을 가진 인물 너 지렁이 같은 야곱이다.

출생의 비밀로 시작된 그의 추적은 집요하다. 태에서부터 형의 발목을 잡고 태어난 요상스런 이야기를 필두로 야곱의 인생은 집요할 정도로 정내미가 떨어지는 인물이다. 형에서를 밀치고 장자의 축복을 꿰찬 사건속에 한패로 등장하는 어머니 리브가 또한 집요하고 정내미떨어지는 인물이다. 그런 이들이 벌이는 사건속에 그 뒤배를 봐주는 분이 하나님이라니!!!

김기현목사의 글을 읽어가다보면 책을 확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약이 바짝오른다. 물론 나는 집안의 장손이자 장남인 점도 있다. 그럼에도 마치 야곱이 내 동생처럼 책에서 튀어오르고 엉기고 속을 뒤집어 놓는다. 몇 번이고 읽다 덮었다. 도대체 이런 놈을 쓰시는 하나님이라니. 그런데 좀 진득이 읽어가다 보면 통쾌한 장면도 나온다. 리브가의 존재를 성경역사속에서 완전히 소멸시키는 순간.. 그래 이정도 해야 공의의 하나님이지

 

김기현목사는 한국의 진정한 스토리텔러임에 틀림이 없다. 죽어있는 인물을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려놓을뿐 아니라, 짐 봇따리 내 놓으라는 듯한 혈기방자한 리얼 야곱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싸가지는 밥 말아먹은 야곱이지만, 믿음의 영역에서는 나름 싸가지 있게 그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비밀 병기가 바로 은혜임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은혜받은 야곱이 아니라 야곱을 환대하고 넉넉히 받아주는 에서와의 만남이다. 야곱이야 하나님의 은혜안에 있어 주목을 받은 인물임에 확실하지만, 야곱으로 인해 성경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해 버린줄 알았던 장자, 에서의 귀환은 야곱의 만남보다도 더 열열히 환영하고 싶다.

 

비록 야곱의 이야기이고 그의 인생 스토리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인 리브가, 이삭, 에서와 라헬, 레아, 디나와 오빠들을 제대로 만났다. “지렁이같은 야곱아, 벌레같은 이스라엘아 두려워 말라는 신의 선포는 텃밭을 가꾸다 지렁이를 만난 농부가 보이는 반응같다. “와우, 지렁이구나, 네 비록 흉직하게 생겨 사람들은 혐오하지만 나는 네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모른단다. 내 텃밭을 마음껏 즐기고 사용하렴.”

 

텃밭에 지렁이들아, 너희들이 만들어 갈 세상은 풍성한 가을철 수확의 기쁨으로 이어진단다. 이 땅의 야곱과 같은 무지렁이들아, 세상은 너희를 내칠지 모르지만, 너를 창조하신 주 너의 하나님은 너희를 통해서, 인생의 풍성함을 경험케 하겠다.

 

정말, 기가막히다. 야곱과 한 바탕 산티에고 순례길을 몇 달 동안 함께 걸은 느낌이다. 야곱 이놈으로 인해 짜증도 났지만, 인생의 질고도 보았다. 읽으면서 야곱과 같은 인생 걷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얼핏 얼핏 보이는 야곱의 야비함이, 순수함이 보인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고구마캘 때 지렁이를 만나려나? 한 번 자세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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