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 두 번째 이야기 - 뒤따르는 이들의 새로운 여정 천로역정 2
존 번연 지음, 해럴드 코핑 그림, 최종훈 옮김, 박형진 해설 / 포이에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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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날 때가지 끝난게 아니야!!

 

천로역정을 처음 접한 게 20대 초였다. 대학생 새내기 시절 천로역정은 그리 어려운 신학책도, 에세이도 아닌 마치 영화오즈의 마법사를 보는 듯 재밌고 즐거운 소설이었다. 믿음이라는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멸망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고향을 떠나 천국을 향한 믿음의 여정을 떠나는 장면이야 말로 신앙이 뜨거웠던 대학생 새내기였던 나에게 신앙에 대한 뜨거운 꿈틀거림을 일으켰다.

그리고 30년이 지난서 다시금 읽게된 천로역정. 부제가 뒤따르는 이들의 새로운 여정인 것처럼, 믿음의 순례길에 걸어갔던 남편의 뒤를 따라 순례길에 선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지난 30여년간의 신앙의 순례길을 돌아본다.

단순한 재미와 소설이 아닌 내 삶의 모습이고, 내 믿음의 여정이기에 어린 시절 느꼈던 것과는 무언가 무게감이 느껴진다.

순례길 굽이굽이 걸어갈 때 마다 다가오는 장애물과 방해꾼들 그리고 그들을 인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본다. 나는 어느 지점까지 와 있을까? 나의 순례의 길에 나를 막아선 이들과 나를 도와준 이들은 누구였을까?라는 다양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나는 크리스천이다. 그런데 믿음이 없다. 나는 순례자다. 그런데 세상에 머물고 싶다. 나는 믿음의 여정을 떠났다. 그런데 그 여정에서 샛길로 들어선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결코 아니다라는 어느 문구처럼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두려워하고 흔들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맛본다. 이 길 끝에 그분이 계시는 것이 아니라, 이 길 시작부터 함께 하심을 깨닫을 때 온전한 순례길을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는 주인공들의 순례길 곳곳에 성경의 인물들이 아닌 하나님의 성품을 의인화 시켜 배치시키고 있다. 정직, 담대함, 자비, 분별 등 이들의 안내는 곧 하나님의 임재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순례길을 주저앉히기 위해 혈안된 이들도 우리 마음의 죄인된 상태로 이끌어 가는 부주의 .소심. 불신. 허울, 위선을 의인화시킨다. 지난 50여년간 순례의 길을 고통스럽게 한 것은 외부적인 고난과 아픔보다는 오히려 내 안에 자리잡고 있던 부정적이고 연약한 마음의 상태였음을 알기에 천로역정이라는 이름처럼 하늘가는 순례길은 세상의 유혹뿐 아니라 내 마음과의 치열한 영적전투가 아닐까 본다.

나는 지금 어디쯤 도착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남았을까? 지난날을 돌아보면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도 많지만, 연약함에도 지금껏 순례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임을 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연약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짧은 여정이 아닌 일평생의 여정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얼마나 더 걸어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들이 걸어갔던 믿음의 여정을 나도 완주하고 싶다.

천로역정은 아이때, 그리고 청소년때, 장년때 노년때 읽을 때마다 믿음의 길에 대한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걸어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를 알려주는 나침판이 된다. 넘어졌나요? 힘드나요? 포기했나요?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닙니다.” 이 믿음의 여정을 다시금 걸어가지 않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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