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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평점 :
매들린 밀러 장편소설 <키르케>,
500 페이지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넘나 흥미롭다!!
소설 <키르케>가 매력적인 이유 세 가지를 꼽아본다. 너무 좋으면 마음에서 애정이 흘러넘쳐버리는바람에 횡설수설하게 되므로 정신을 단디 차리고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우선, 작가가 아주아주 이야기꾼이다! 자신과 오디세우스를 동일시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의 밀당, 맺고 끊음이 아주 절묘하다!!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면서도 한 권의 소설이 독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까지 깔끔하게 다듬어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내놓았다 마지막 장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둘째, 어려서 읽고 들었던 각종 신화의 조각들을 어느 정도 끼워 맞춰가며 읽을 수 있어서 몹시 흥미롭다 헬리오스와 소떼들, 다이달로스랑 이카로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미노타우로스 등등등 따로따로 알고 있던 에피소드들이 물 흐르듯 이어져서 정말정말 재밌다 아! 이게 이래서 그런거구나 그래서 저런거구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의 흐름에 휩쓸리게 된다:)
셋째, 신의 삶보다 인간의 삶이 나을 수 있음을 명확하게 시사한다 영원을 사는 신들과 다르게 인간들에겐 시간에 찌들어가는 모습이 분명 있지만 영원한 것만이 아름답고 고결한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특히 신 키르케가 아이를 낳아 키우며 겪는 고민, 걱정, 분노, 후회, 절망, 자책 등의 지극히 인간적인 심리상태는 내게 ‘신도 독박육아 앞에선 어쩔 수 없군!’ 하는 일종의 동질감에서 오는 쾌감까지 느끼게 해 주었다 덕분에 집콕육아중인 내게 위안도 되었고 말이지! 그런 인간적인것들이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그렇게해서 얻게 되는 성취, 지키고 싶다는 의지는 하루하루를 허투루 쓸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원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음을 뜻하는 게 아닐까. 영원하지 못함이 비로소 시간이 흐르게끔 만들고 그 가치를 중명하는 셈인 것!
“예전에는 신이 죽음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죽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뀌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라면 두고두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