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모피와 친구들 2
콘도우 아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 -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침대에 누워서 펼치면 좋은

어떤 캐릭터를 보면 누가 창작한 캐릭터인지 몹시 궁금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고양이 탱고’가 있는데 이 아일 그린 사람은 남자 일러스트레이터 남씨고 현재 고양이를 반려중이며 글과 표현은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나 실제로는 굉장히 수줍다 캐릭터 뒤에 가려져 있는 창작자의 모습을 아는 것도 캐릭터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인 것 같다 어쩌면 자기 모습으로 낼 수 없었던 진짜 목소리를 캐릭터의 모습을 빌려 설득력있고 몰입감있게 내는 것일지도 작가의 아이덴티티 영혼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소세지를 먹으며 늘 돼지를 떠올릴 필요는 없지만 소세지가 돼지로 만들었음을 알고 있는 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콘도우 아키, 일본 이름 느낌을 잘 모르므로 이 이름을 들었을때 남자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수염이 수북한 할아버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의외성에 대한 나름의 기대심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할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둘 있는 엄마일 거라고도 예측하진 못했다 콘도우 아키는 이미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락쿠마 캐릭터의 원작자다 그의 새로운 캐릭터 모피! 리락쿠마와 이목구비는 비슷하지만 비슷한듯 또 다르다 마치 한 배에서 나온 형제가 얼핏 비슷하지만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콘도우 아키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단순함? 포근함? 친근함? 나의 언어로 정확하게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이 책에서 토끼 모피가 하는 이야기는 특별한 게 1도 없어 정말 매력적이다 그러니까 공감 100% 라는 말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기분은 작은 일로도 바꿀 수 있어-
이 제목을 보면, 마음은 어쩌면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단다 마음이 가슴에 있는지 머리에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나도 내 마음을 알 수 없는 게 일반적 하지만 기분은 “바꿀 수” 있단다 그게 작가의 논리고, 이 책에서 의도하는 바일 것 바꾸기 힘든 것에 매달려 우울해하지 말고, 내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자고 엄청 철학적이고 대단한 말을 늘어 놓는 게 아닌, 누구라도 매 순간 삶에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문득문득 떠올려 봤을법한 아이디어를 심플한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밥을 먹다가 길을 가다가 깨닫게 되는 삶의 운용방식을 아기자기하게 글로 그림으로 기록해 놓은 사랑스러운 기록물, 그림일기같은 책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는 작가와 우리의 평범한 이야기

가장 공감이 갔던 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고 실컷 떠들고 싶은 날도 있는데 그런 기분을 느끼는 나는 모두 ‘같은 나’ 라는 것. 이상한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날도 있다며 내 기분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 달님이 괜찮다고해주니 마음이 쉬이 푸근해진다

한창 회사에 다니며 정신없이 일하던 시간, 나는 내가 외향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당시 난 사람 만나는 걸 나름 즐기는 것 같았고, 저녁 술자리 회식자리도 일의 연장이니 빼지 않고 기꺼이 참석했다 당시 나는 나를 외향적인 사람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알던 모습의 나와는 조금 다르다 혼자 조용히 책 읽고 글을 쓰며 시간 보내는 게 좋고 낯도 가린다 술은 마시지 않으며 커피와 차를 즐기고 전체적으로 정적인 편 그런 내가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일까? 라는 의문도 한때 가져봤지만 다 쓸데없는 질문이다 둘 다 나다 이러고 싶을때도 저러고 싶을때도 있는 법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