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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2집 - 잔상
정민아 연주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오래동안 기다려 왔던 앨범입니다. 1집 발표하고 2년 이면 2집 나오겠지 했는데, 창작 활동의 고뇌였을 까요? 아니면, 예전에 보여진 생계와 작품 활동 사이에서 오는 시간적 제약 때문이었을 까요? 무려 3년의 세월이 걸려서 2집 앨범이 나왔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곡 선택이나 가야금 음색은 여전히 훌륭합니다. 다만... 파트너 선택을 잘 못 하신 듯 합니다. 베이스 기타라니... 베이스의 깊은 음색이 가야금 음색을 다 잡아 먹습니다. 베이스 기타라는 게 다른 악기들과 어울리면서 그 특색을 발휘하는 악기이건만... 원채 안 맞는 악기들인지 전혀 도우미 역할을 못 해 주는 군요.
10여 년전 크로스오버가 처음으로 시도될 때, 요요마의 첼로와 스페인의 유명한 두 기타리스트 형제의 협연을 들은 이후 들어 본 크로스오버 중에 최악의 조화가 아니였다 싶습니다. 첼로와 기타가 서로를 압도하려는 소음에 당시에는 귀를 파내고 싶어졌는데, 가야금과 베이스 기타는 그 정도까지의 최악은 아니었습니다만...
가야금이 청량한 악기이지 웅장한 소리를 내는 악기는 아니다 보니, 연주 소리가 조금만 약하면 베이스 파장이 가야금 음을 덮어 버리는군요. 한줄 한줄 튕길 때마다 그 뒤 파장으로 여운을 남기는 악기가 가야금인데 베이스의 파장이 가야금의 여운을 완전히 지워버리네요.
베이스도 그걸 아는지 보통의 격한 연주를 최대한 자제하고 잔잔한 소리를 내려고 노력하는데, 원래 그런 악기가 아니다 보니 이게 또 독약이 되어 베이스 원 느낌도 못 살면서 - 주객이 전도된 난장판까지는 아니지만 - 가야금을 여간 성가시게 하는 게 아닙니다.
프로듀싱하는 사람들이 이걸 인지 못 한 건지... 아니면, 연주자들의 고집이었는지... 베이스가 배제된 곡들은 제 귀가 참 즐거웠습니다만, 베이스가 주를 이룬 곡들은 듣는게 고욕이네요.
그래도, 9번 곡은 참 맘에 듭니다. 가야금의 청량한 음색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빠르면서도 통통 튀게 연주하는 기교가 가미되어 듣기 좋습니다. 하나 또 아쉬운 점은 이번 앨범에는 보컬 곡이 없습니다. 정민아씨 보컬은 가야금을 뜯으면서 얘기를 들려주는 거 같아 아주 좋았는데 말이에요. 요즘 나오는 국악 보컬들은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튀어보려고 악기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 또한 듣느게 고역이다 보니, 더더욱 정민아씨 보컬 곡을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그리고... 상품 해석에서... 어떤 녀석이 가야금 연주자를 "가야그머"라고 명명을 시작했는지 모르겠군요. 크로스 오버도 좋고, 트렌디한 것도 다 좋습니다만, 꼭 궂이 언어를 오염시켜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뭐 최소한 명명하려면 "가야그미스트"가 맞지 않나 싶네요. 현악기 연주자들은 다 악기 뒤에 "리스트"가 붙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