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을 지킨 사람들 천천히 읽는 책 40
이창숙 지음 / 현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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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다가온 화성

화성을 지킨 사람들』을 읽고

 

    

화성(華城). 199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화성. 하지만 난 화성에 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모르는 곳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내가 가 본 서울 성곽길과 궁의 느낌을 가지고 화성을 만났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릉을 옮기면서 만든 화성은 지금의 신도시와 같은 곳으로 아버지의 능을 방문했을 때 머물 행궁이 있는 산성이다. 1794년에 시작해 평지와 산성을 연결하며 29개월 만에 건축한 곳이다. 정약용이 처음 설계한 길이는 4.2km였지만 백성들을 다시 이주시킬 수 없다는 정조의 뜻에 따라 5.4km로 길이가 늘어났다. 정조는 성을 쌓기 위해 일한 백성에게 임금을 주기도 하였다. 화성이야말로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정조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곳이라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만든 산성은 고종 때까지 보수되다가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파괴되고 보수되지 못한 채 유지되었다. 일제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화성을 굳이 복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성은 성곽이 무너지고 전쟁으로 훼손되었지만 모두 화성을 잊지 않았다. 화성을 다시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화성 복원을 위해 힘을 모았다.

 

화성은 성곽과 성문을 중심으로 우선 복원되었으며 <화성성역의궤>가 발견되면서 행궁까지 원래에 가까운 복원을 할 수 있었다. 화성 복원을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계발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과 우리 문화 유산을 우리 손으로 훼손하여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은 언제나 맞부딪혔다. 많은 사람의 뜻을 모아 지금 모습으로 복원된 화성과 행궁. 이익만을 고집했다면 우리는 화성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릴 때 우리 동네도 작은 개천이 있었다. 복개공사를 하면서 개천은 땅 속으로 숨겨져 버렸고 개천에서 놀던 내 추억도 거기 묻혔다. 복개 사업을 진행했더라도 잘못된 진행이면 멈추고 다시 검토하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공사를 중지하고 원형을 복원해 낸 수원천이라 그런지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요즘은 복개 공사보다는 자연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하천이 많아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공미가 지나치는 경우가 있어 좀 아쉽다. 우리나라의 건축방식인 자연과 어울어지는 복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화성을 지킨 사람들을 쓴 이창숙은 화성에서 근처에서 살았으면서도 별 느낌없이 보던 화성을 애정을 가지고 다시 보면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창숙 작가가 마지막에 방문해보기를 추천하는 곳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화성을 지킨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화성의 전체적인 사진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다. 화성의 전체 모습을 그려보지 못하고 조각만 모아 보니 전체을 그리기 어려웠다. 여러 번 검색하며 화성을 다시 찾아보게 되니 글을 읽으며 숙고하던 마음이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옛날 건축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화성 구조에 대해 쉽게 이해하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성을 지금 우리 앞에 복원해준 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든 덕분인지 화성을 지킨 사람들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책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다시 책을 보면서 화성을 거닐고 또 거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을 몇 번을 읽고 난 지금 머릿속에 화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화성의 4대 문과 화성을 지키기 위해 새워둔 공돈, 장대, 치성, 봉돈의 위치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머릿속으로 화성을 걸어본다. 이제는 화성을 가면 화성를 만들고 지킨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의 죄인이 되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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