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스템1이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에 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결과를 보여주는 사회의 모습이 바로 지금이고... 더욱 무서운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1은 의식적 접근이 힘들다는 것과 거짓 노출을 통해 더 강화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다. 40대의 중산층 여자가 자신의 의사에 대한 경험으로 모든 의사를 혐오하는 것은 결코 스스로 만들어 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지만 시스템1에만 지배당하지 않는 방법이 혹시나 나온다면 왜곡된 그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니안의 낯선 너와 마주하길 바라며

돈과 관련한 것들에 둘러싸인 사회에 살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그리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방식으로, 우리 행동과 태도가 바뀔 수 있다. 어떤 사회는 흔히 존중을 연상케 하는 장치들을 제시하고, 어떤 사회는 끊임없이 신을 상기시키고, 어떤 사회는 위대한 지도자의 거대한 이미지로 복종을 부추긴다. 독재 사회에서 지도자의 초상화를 곳곳에 걸어두면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실제로 자발적 사고와 독자적 행동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점화 효과를 증명한 연구는 누구나 죽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 권위주의적 사고에 더 끌린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아마도 그런 사고가 죽음의 공포를 덜어주기 때문일 것이다.11 그런가 하면 무의식적 연상 작용에서 상징과 은유의 역할과 관련해 프로이트의 통찰을 증명한 실험들도 있다. 예를 들어 철자가 빠진 두 단어 W__H와 S__P를 생각해보자. 창피했던 행동을 떠올려보라는 말을 최근에 들었던 사람이라면 두 단어를 WISH(기원하다)와 SOUP(수프)보다는 WASH(씻다)와 SOAP(비누)으로 볼 공산이 크다. 그런가 하면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 상상만으로도 건전지, 주스, 초코바보다는 비누, 살균제, 세제를 살 확률이 높아진다. 영혼이 더러워졌다는 느낌은 몸을 씻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데, 흔히 ‘맥베스 부인 효과’라 부르는 현상이다.12
씻는 부위는 관련 죄와 연관성이 높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인물을 상대로 전화나 이메일로 거짓말을 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여러 물건을 놓고 어떤 것이 좋은지 물었다. 그러자 전화로 거짓말을 한 사람은 비누보다 구강 청결제를 골랐고, 이메일로 거짓말을 한 사람은 구강 청결제보다 비누를 골랐다.13

-알라딘 eBook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창신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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