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유형

내가 만난 상사는 크게 네 유형인데, 이를 수레 끌기에 비유하면 이렇다. 첫째, 혼자 수레를 끌고 가는 유형이다. 이론에 정통하고 실무에도 밝다. 유능하고 실력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다만 일 중독인 경우가 많다. 애사심인지 공명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책임감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부하를 믿지 못해 의견을 피력할 기회나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이런 상사의 말은 듣는 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십상이다. "당신 능력이 그것밖에 안 돼?", "결국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니까. 나 없으면 어쩌려고 그래", "도대체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등을 말버릇처럼 내뱉는다.
둘째, 앞서 걸으면서 부하가 수레를 끌고 뒤따르게 하는 유형이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상사다. 방향을 제시하고 일을 지시하면서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한다. 효과적이기보다는 정상적인 일 처리에 무게를 둔다. 현상 유지에는 적합하나 새로운 도전이나 혁신에는 제한적이다. 이런 상사는 "전례가 있나요?", "제대로 절차를 밝았나요?",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나 기준은 무엇입니까?", "선진기업 사례는 없습니까?", "경쟁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등을 주로 묻는다.
셋째, 수레 위에 올라타서 호령하는 유형이다. 실력은 없지만, 카리스마는 있다. 인맥과 파벌을 중시하고, 자기 판단을 우선한다. 자신과 뜻이 맞는 몇몇 소수에게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해줌으로써 열정적으로 일하게 한다. 이런 소수를 중심으로 어떻게든 조직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낸다. 결단력과 돌파력이 있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아래에서는 권위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위에서는 추진력이 있다고 좋아한다. 윗사람과 관계가 좋고, 과거 얘기하는 걸 즐기며, 조직에 충성한다.
넷째, 부하와 함께 수레를 끄는 유형이다. 평균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며, 의사 결정도 우유부단하다. 하지만 구성원 상호 간의 관계는 어느 유형보다 좋다. 구성원 사이에 정보가 활발하게 교환되고 공유된다. 협업이 원활하고, 업무 만족도도 높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유형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자리 잡기 전까지 효율이 떨어지고 성과가 시원찮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성과와 관계는 두 마리 토끼다. 관계가 좋으면서 성과도 잘 내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성과는 경쟁의 산물이고, 경쟁은 좋은 관계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사는 "당신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좋은 생각 없어요?",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라며 격려하고 경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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