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을 거두자 청년의 얼굴이 보였다. 훈련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에 생기가 없었다. 누구의 아들일 것인가. 뭍에서 시신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들을 생각했다. 자꾸만 눈물이 솟았다. 낡은 고속정 특유의 디젤엔진에서 선체로 전달되어 올라오는 진동이 엉덩이를 타고 척추를 따라 머리까지 전달되었다. 두개골 속이 덜그덕거리며 흔들거렸다.

팀원들 모두가 자주 아팠고, 아픈 것이 기본이 되어 아픔을 일상으로 여기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플 때에 아프다고 알리는 일조차 없었다. 어딘가 부러지고 쓰러질 때가 되어서야 보고가 되었다. 그것이 마치 이곳에서의 생존법칙인 것만 같았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원론적으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사실 왜 지속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이 유일한 장점이었으나, 그것을 위한 대가는 너무 컸다. 쉴 새 없이 고꾸라져 나가는 팀원들을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