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한수운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를 찾는 여정


 헤르만 헤세에게 노벨 문학상을 선사한 소설. 이 책은 1·2차 세계대전 시기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에 물들어 피폐해진 사회를 꼬집는다. 문학 소설답게 은유적 화법을 사용해 한 번에 그 뜻을 이해하기 힘들고 곱씹어 생각해봐야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아를 찾기 위해 고뇌하는 과정을 다룬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시기는 중학생 때였는데, 당시에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큰 감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든 지금 이 책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10대 청소년보다 20대 청년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생과 자유, 그리고 혁신


 우리는 사회에 얽매여 산다. 사회가 우리를 얽매면서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 사회에 족쇄를 찬다. 인간 하나가 대면하기엔 불확실·부정형의 세상은 두려운 존재다. 인간은 세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 특히, 종교에 의탁한다.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는 건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경제도 다르지 않다. 스스로 갈 길을 정하고, 선택에 따라 대가를 받는 자유주의·자본주의보다 집단이 계획하고 이끌어가는 사회주의·공산주의에 많은 사람이 의지했다. 하지만, 종교와 사회주의 등 교조주의는 다양한 사람을 몰개성화해 따분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만들어버린다는 게 문제다.


 저자는 자아를 찾는 과정을 알을 깨고 나오는 새에 비유했다. 알을 깨다가 세상을 떠나는 작고 어린 새가 많듯이, 전체주의·교조주의에서 벗어나 자아를 자각하는 게, 사회에서 독립해 자립하는 게 쉽지 않다. 때로는 안락함을 버려야 하고, 때로는 멸시를 받아야 하며, 때로는 죽음에 몰린다. 하지만, 알을 깨는 고통을 감수하고 세상에 나온 새는 드넓은 하늘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내려다보듯, 자아를 발견한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새롭게 바라본다. 자아와 자존감은 삶을 살아가는 필수 동력이면서, 인류 사회를 진보하게 한다. 새로운 도전, 혁신은 자존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기존의 세계를 깨고 나와 혁신을 이룩한 사람 모두 자존감이 뒤에서 버텼기에 가능했다.


 종교의 교리에서 벗어나, 사회가 정해놓은 가치 판단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생각과 방법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건강한 사회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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