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라에 살고 있습니까 - 불평등의 한국 사회, 진단과 해법
백승진 지음 / 다할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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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평등 시론, 칼럼 모음집


 저자는 유엔에서 근무하는 정치경제학자다. 정치경제학자답게 한국 정치경제의 현실을 조명한다. 불평등이 주요 대상이지만, 정치인을 평가하기도 하며, 한국 교육 체계를 비판하기도 한다. 신자유주의에 부정적이며, 북유럽과 독일의 사회자본주의를 지지한다. 다만, 저자는 최대한 편파적이지 않고 중립적으로 칼럼을 쓰고자 노력했으며, 이 책은 저자가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놓은 것이다. 어려울 수 있는 개념에는 주석을 달아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속의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어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발전은 유례없을 정도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늘도 더 어둡듯이 발전 이면에는 많은 병폐가 존재했고,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전태일 분신자살사건 등 여러 사건이 성장 이면에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 사회는 끝나고 민주 사회가 시작되면서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병폐 중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불평등은 2019년 대한민국을 저성장 사회로 만드는 주역이다. 과거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많은 사람이 과감히 도전하는 덕분에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가파르게 추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역동적이던 사회는 정체됐다. 가난은 대물림되고 있다. 


 불평등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유토피아다. 공산주의 국가조차 불평등은 필연적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불평등은 성장을 자극하기도 하는 발전 요소다.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 더 노력한 사람이 더 가져가야 하고 이에 따른 불평등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불평등에 분노하는 이유는 불평등 그 자체가 아니라 '불공정'이다.


 청탁 덕에 누구는 몇 년을 준비해야 들어갈 수 있는 기업에 취업한다. 귀고리를 착용한 증명사진을 이력서에 첨부하는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취업했다. 대기업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말을 지원받으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각종 이력을 조작해 대학에 입학하고 의전원까지 진학해 유급생인데도 장학금을 받았다. 불공정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기득권에게 나타난다.


 독재의 폐단으로 민주화 운동이 발생했듯이, 다시 한번 기득권을 향한 심판의 망치가 민중의 손에 들려지는 것은 아닐까. 아무리 노력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 갖지 못하는 지금 새로운 사회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커다란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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