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은 - 동물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와 동물들의 경이로운 교감의 기록
사이 몽고메리 지음, 레베카 그린 그림, 이보미 옮김 / 더숲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물의 영장이 아닌, 공존(共存)


 저자는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생태학자다. 하지만, 이 책은 그녀의 직업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동물의 생태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교감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저자의 경험이 담겨있다. 저자는 인간과 가장 친숙한 개뿐만 아니라 문어, 에뮤 등 인간과는 완전히 달라 소통이 불가능할 것 같은 동물들과 교감한다. 이 책은 지식을 전달하지 않는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어떻게 소통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 중심 사고, 그리고 인간 중심주의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서 동물을 바라본다. 인간인 우리에 빗대어 동물을 유추한다. 하지만, 직접 되어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동물의 감정과 행동이 우리 인간과 동일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인간 중심 사고는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한계다. 저자는 이 점을 과감히 인정하고 인간의 눈으로 동물을 바라본다.


 수많은 종교에서 신은 인간을 지고의 생명체로 다룬다. 철학과 윤리는 '인간'을 중심으로 고찰하며 발전했다. 오랜 관습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면서 인간 중심주의를 학습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학계의 판단이 이를 증명한다.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하기 시작한 현대에 들어서야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밝혀냈다.1 고통을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2 여러 연구 결과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이 있고,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저자는 인간의 눈으로 동물의 감정을 해석하지만, 그들을 사랑하며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동물 중심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인간이 저마다 개성이 있듯이, 동물도 같다. 외견, 성격 모두 제각각이다. 우리 인간이 교우하면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듯이, 저자는 동물의 개성을 존중한다.


 책 제목에서 '좋은 생명체'란 다른 동물을 차별하지 않고,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돼지의 후각, 개의 순발력, 문어의 유연성 등 우리 인간이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동물은 가지고 있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신에게 창조된, 신과 가장 닮은 인간, 만물의 영장(靈長)인 인간은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인간이 정말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면, 우월한 존재라면, 우리는 모든 능력에서 동물을 앞서야 한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각자의 장점이 있으며 우리는 겸손하게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1. 아직도 물고기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2019년 네이버 지식in에 검색해보면 많은 사람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횟집에서 회 뜸을 자세히 관찰하면, 연구할 필요 없이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 뜸 고수와 초보자를 가르는 기준이 물고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인데, 고수는 물고기의 척수부터 빠르게 끊어 고통을 최소화하지만, 초보자는 잘못된 칼질로 물고기가 고통에 경직되는 경우가 많다. 칼질할 때 물고기 몸통이 경직되며 꼬리가 들리면 초보다.
  2. 덕분에 채식주의자는 윤리적인 고민을 더욱더 하게 될 것이다. 채식주의자의 대표적인 입장 중 하나가 동물은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섭취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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