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기술 총력전 - 근대 150년 체제의 파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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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좌파가 바라본 일본 발전사


 이 책은 전근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에서 과학기술이 어떻게 이용됐는지 설명한다. 당시 정치인, 학자 등 일본 과학기술에 관련된 사람의 업적과 사상을 설명해가며 지금의 일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보여준다. 다만, 일본에 해박한 사람이 아니라면 생소한 내용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번역이 오류가 있고, 직역이 많아 가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책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진보의 일본, 보수의 한국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조선이 식민지가 됐는지 알 수 있다. 새로운 사상을 얼마나 빨리 수용하느냐에 따라 국운이 갈렸다. 우리나라는 성리학을 버리지 못한 채 실용을 중시한 실학파를 숙청하고 매장했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은 서양의 문물을 빠르게 수용했다. 그 목적이 군사적이었든, 국민복지였든, 일본은 과학과 사상을 수용하기 위해 유학생을 파견하고 빠르게 국가 체계에 적용했다. 심지어, 서양의 문물을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전통문화와 관습을 과감히 버렸다. 그 결과 일본은 30년 만에 서양을 따라잡는다. 이 과정에서 제국주의도 같이 일본에 유입됐고, 구습을 버리지 못한 조선은 맛있는 먹잇감이었다. 그 결과는 일제강점기다.1


 이 책은 주로 일본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식민지 조선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 식민지 수탈을 설명하는 저자에게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박할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조선 개발은 조선인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과 수탈을 위한 것이다. 일본에 의해 현대 사회로 진입했다는 일부 세력의 주장은, 맛있고 살이 푸짐한 돼지를 키우기 위해 먹이를 주고 사육장을 조성한 도살자에게 돼지가 자신을 키워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꼴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자신이 개돼지인지도 모르는 멍청한 주장이다. 또한, 발전의 가능성 없던 조선이 일제에 의해 현대화가 가능했던 것인지, 스스로 현대화 할 능력이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강제적으로 된 것인지는, '갑오개혁'만 봐도 어느 주장이 옳은지 알 수 있다.


'불'과 같은 과학기술


 저자는 일본의 과학기술 만능주의를 비판한다. 과학기술이 자본주의와 결탁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과학기술과 산업 개발이 환경파괴, 대량학살 등에 이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학기술로 인해 인류는 더 번성하고 윤택해졌다. 저자는 산업화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일본의 과학기술 만능주의로 일본은 제국주의 피해자에서 벗어나 동등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고2, 패전의 피해에서 빠르게 벗어나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3 일본의 압축 성장은 인적 자본이 그만큼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적 자본 확충에는 일본의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일본을 보며, 현재 우버에 대한 택시 운전기사 시위처럼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4은 역사의 교훈을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편이 아닐까. 그간 역사 교육에서 일본에 대한 수탈만 초점을 맞췄는데, 왜 그렇게 수탈을 당했는지 가르치지 않는 대한민국 교육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1.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박하기 위해 조선 중후기에 이미 근대화가 싹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근거가 부족하다.
    주로 덕대나 공인을 들어 초기 자본주의가 조선 중후기에 이미 시작됐다고 반박하나, 이는 국가적이지 못하고 소수였음을 알아야 한다. 실질적으로 근대화의 시작은 제국주의 서양 열강의 침략에 의한 위기감으로 시작한 조선 말기 '갑오개혁'으로 봐야 한다.
    무조건 일본을 찬양하는 것도 문제지만, 없던 사실을 만들거나, 과장해가며 조선을 과포장하는 것도 문제다. 새로운 역사를 위해서는 과감히 과거의 과오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2. 그 결과는 비참했던 일제강점기다.
  3. 물론, 여기에는 6.25 전쟁 등 한국의 패착이 큰 역할을 했다.
  4. 어느나라나 변화에 저항하는 구세력이 존재하지만, 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그 저항을 이겨냈다. 때로는 강경하게 시위대를 진압하면서까지 변화를 수용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 저항을 이겨내긴커녕 구세력의 손을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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