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땐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오히려 커가면서 이렇게 독서를 하지 않는........병폐를 낳고 말았지만)
하지만 어린마음에도 이 책이 어찌나 눈물겨웠는지 모릅니다.
그 나이에 가난이 무엇인지, 가슴 뭉클한 게 무엇인지 알고나 울었을까요?
것보단 그냥 이 책을 읽으면 가슴으로 전해지는 따뜻함이 있기에 어린 저도 맘놓고 울었던 것 같습니다.
우동 한 그릇을 고3이 된 후 친구에게 100일 선물로 받았을때 사실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제 주위에 이 책을 알고 아끼는 친구가 또 있구나! 하는 자기 착각에서 말이에요.
그 뒤로 화장실에서나 마음이 울적할때나 혹은 생각날때 한번씩 읽고 있습니다.
* 이 책의 내용은 매년 섣달 그믐날이면 일본의 북해도에선 우동을 먹는 의례적인 관습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거기서 자그마한 우동가게를 하는 무뚝뚝한 주인남과 오히려 손님들께 주인아주머니~라고 불리우는 맘씨 좋은 내외가 있습니다.
그 날도 섣달 그믐날 밤, 오히려 밤이 깊어질 수록 손님이 많아지다가 뜸해질 무렵 가게를 정리하려는데
낡은 외투의 여인과 작은 사내아이들 두명이 함께 들어와서는 머뭇거리며 '우동 한 그릇 됩니까?' 라고
묻는데........
사실 이 부분에 저는 가슴이 찡했습니다.
세 명이서 우동 한 그릇이라니.........그것을 말하면서도 얼마나 조마조마 했을까요?
혹여 냉철한 가게 주인이라도 만났다면 오히려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에 한 그릇을 시킨다고 운이 없다고 쫓겨 낼만도 할텐데....
이 가게의 주인장은 오히려 한그릇 반 분량의 우동을 삶아서 대접합니다.
그 뒤로도 두어번 그들이 다녀가지만...여전히 부인의 외투는 그 낡은 외투에 작은 아들은 작년에 형이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형은 교복을 입고.............주인장은 물가변동으로 오른 우동값을 그들이 오기 전
시간이면 다시 작년 가격 수준으로 맞춰놓는데.........아름다운 마음을 파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다 어쩌다 흘러나오는 얘기는......부인의 남편이 죽으면서 차 사고를 내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보험적용도 되지 않아 매달 5만엔씩 납부하고 있고, 어린 나이의 큰 아들은 신문배달을....그리고 작은 아들은 그런 엄마와 형을 돕기 위해 설거지와 식사를 준비한다는 사실.......
아이들이 어쩜 이렇게 속이 깊은지........새삼 저와 비교되서 몸둘 바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그 내용으로 대표로 상까지 받게 된 작은 아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대견했던 엄마와 큰 아들....
그 뒤 그들은 오지 않았고 매번 그 2번 테이블은 예약석으로 비워져있고 그 우동 한 그릇 일화는 가게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퍼지게 되고..........
십년 쯤 지났을까? 그 날도 오지않을 그들을 기다리며 여러 시장 사람들과 작은 만찬을 벌이고 있던 때
'우동 세 그릇 됩니까?'.............................................
몰라보게 큰 아이들과 나이 든 여인................고맙게도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던 것입니다.
큰 아들은 의사면허를 받고 곧 삿포로에서 근무할 예정이고 어릴적 꿈이 우동가게 주인이었던 작은 아들은
은행에서 근무하는 은행가가 되었습니다.
자기들을 내치지(?)않고 늘 따뜻한 우동을 말아주었던 주인부부를 잊지 않고 찾아 준 그들........
살면서 우리는 고마움을 잊고 지낼때가 허다합니다.
또 남에게 베풀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줄때도 많습니다.
매일 아침 신문과 뉴스에서는 어제 일어난 끔찍한 사건보도들을 보도하고........따뜻한 미담을 신문의 가장자리 한 귀퉁이에서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봐야 찾을 수 있게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하지만 가끔 이 우동 한 그릇처럼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이야기들이 있기도 합니다.
세상살이가 왜 이리 각박해졌나? 하고 느끼실때......회의감이 드실때 ..........
계속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오히려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아시죠? 안 좋은 생각은 하면 할 수록 사람을 괴롭힌 다는거......
그럴때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한 얘기를 읽어보세요. 왠지 착한일, 좋은 일을 마구마구 하고 싶은 기분이 들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