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의 섬이라는 신간 소설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간만에 의식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난 것
같았는데요.
화자가 해인이라는 소녀를 만나
느끼고 여행하는 모든 바다와
하늘이 있는 시공간이 꼭
누군가의 머릿속인 듯이
헤아릴 수 없는 아공간을
탐험하는 듯이 신비로웠습니다.
해인과 화자를 지탱하고 있는
이 하나의 섬을 둘러싸고 치는
파도와 바다가 실어보내는 에너지가
흘러가는 것처럼 문장이 매끄럽게
출렁이면서 읽히는데요.
모든 책이 그렇지만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읽기의 느낌에
흠뻑 젖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2장에서 소개되는 인간의 감정인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제 목소리를 잃은 것이 여전히
저일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는
자기 자신을 듣지 못하고
스스로 고독에 질려버렸을지도 모를
어떤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으니까요.
화자가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에는 마지막 자타의적인
은둔에서 벗어날 희망 또는 용기
어쩌면 도전을 마음 먹었을
극복의 순간이 떠올라 잔잔한
문체 안에서 잠시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인간의 세월 속 느껴지는
짙고 광활한 외로움이란 그렇게
쉽게 부서지지 못 하는데요.
나와 닮은 모양으로 슬픈 것들을
찾아 헤매는 것이 유일한
버팀목일 때가 있죠.
그를 이기지 못 하고 모든 생각을
포기하고자 할 때 자신도 누군가에
의해 찾아지고 존재만으로도
어떠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대목에는 울컥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 같네요.
연이은 파도의 움직임에 고독한
삶의 소리를 담아내었다면
제3장 희망에서는 같은 운명을
짊어진 이들의 맞잡은 손
사이사이의 향기를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하여
알 수 있었는데요.
앞장에서는 한껏 물기를 머금은
윤슬자락이 되었다가 이번 장에
들어오자 햇빛을 잘 보아
잎이 적당히 마른 꽃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듯합니다.
마지막 장은 상실이라는 이름 아래
전개 되고 글의 마무리를 향해
독자를 이끄는데요.
인간에게 세월이란 결국 끝없이
상실해가는 것이기에 이보다
좋은 소제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내 상실에 대한 연습을
마쳐가는 화자는 앞장에서 자신이
자신의 삶의 완전한 모습을 보기 위해
떠다녔던 앞의 모든 이야기들을
스스로에게 온전히 가져오게 되는
대목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인간의 '세월'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지가 자선전처럼 선명히
반영되어 있기에 더욱 몰입도가
높았던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모든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때에
또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도망치고 있을 때에 함께해본다면
더없을 작품이네요.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해인의 섬만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독서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