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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 지음, 송영방 그림 / 문학의문학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신경림 시인 본인의 이야기보다, 그가 만났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순수하고 천진하여 뻔뻔하고 어리석게까지 보이는 시인들은
시대를 고민하는 지식인이라기보다, 하나 같이 술주정뱅이에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참견하길 좋아하는 오지랍쟁이들이었다.
신경림씨가 만난 시인들은 모두 그런 얼굴들을 가지고 있다.
한 집 건너 있을 것 같은 내 이웃의 얼굴들... 철없고 개구진 그런 표정들로 신경림씨의 글에서 기억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하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놀랄 만큼 굉장히 솔직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어린 날의 철없는 도둑질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친인척 어느 분의 친일행각(! 조금 의미가 심각해지는 단어인데, 이 책을 보면 그런 게 아니란 걸 아실거다)까지 담담하고 진솔하게 써내셨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소탈하고 진솔한 시인들.
아름다운 언어로 소박하게, 또는 정엄하게 시를 쓰던 그분들은
왜 이리도 하나 같이 아까운 나이로 작고하셨을까.
모다 궁한 살림살이를 살다가 저마다 하나씩 슬픔을 안고 앓다가 가셨다.
거리를 돌아다니시다 술로 빈 속을 채우고 그것마저도 시어로 살라버리느라 목숨줄이 닳았던 걸까.
신경림 시인의 책 속에서 그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읽는 동안 참 기쁘고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