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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생의 디자인(2015년 2월, 안그라픽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이건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도 해답을 얻지 못할 물음인 것 같다. 동양 사상에 무심했지만,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일본의 선승 마스노 슌묘가 정원과 선 사상을 어떻게 연결시켰는지, 자연, '그러한 그대로'를 인간사에 어떻게 데려와 설명하는지 궁금하다. 정원은 인간이 다듬지만 자연은 인간이 궁극적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마스노 슌묘의 이야기는 정원 만들기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닌 선 사상에서 비롯한 디자인론이자 창작 잠언이다."라는 출판사 평이 궁금증을 돋운다.

 

 

 

 

 

 

 

 

 

 

 

 

자발적 복종(2015년 2월, 생각정원)

복종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절대권력이란 존재가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 오랜 습관이 이어져오면서 종속의 상태를 받아들인 부모 밑에서 자란 후세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자유’를 알아보지 못하고 종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권력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지, 자유를 갈구하지만 누구로부터 왜 어떻게 자유를 (되)찾을 것인지, 그리고 그 자유를 누가 왜 어떻게 견고하게 다져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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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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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승리.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MC 허지웅 씨가 정신승리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 그 뜻을 단번에 알 수 있어서 짜증이 났다. 취업이 안 되고 노동 시장 규모가 계속 줄어든다는데 졸업예정자라는 신분으로 남아 있다는 것으로 약간 안심하는 걸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단어, 정말 괴상망측하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이야기는 사실 정신승리라는 단어와 딱 맞는다. 내일을 내다볼 수 없는 젊은이들은 오늘의 소소한 편안함을 즐기는 듯해 보인다. 특별히 즐거운 일이 없어도 더 나빠지지 않았다면 그걸로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으니까.

 

이 책에서의 행복은 엄밀하게는 자기 기만과 자기 만족이 뒤섞인 애매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서도 매우 다른 형태로 나타날 행복이다. 그래서 20~30대를 묶어서 '보통 이러하다'라고 말하는 세대론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보통'은 없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만 있을 뿐이고, 세대를 설명하는 사회적/문화적 대세나 경향이 있다손 치더라도 외피에 불과하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불편했던 것 같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태어나 자란 청년들은 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는가?'라는 질문 자체는 흥미롭지만, 이들이 한 세대로 묶인다고 공통된 출발점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을 것 아닌가.

 

한국에서도 상황은 같다. <88만원 세대>가 일으킨(그리고 부추긴) 세대론은 '세대'를 뭉뚱그린다는 점에서 이미 분석 수준으로서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그리고 (이끌어나갈 미래가 있다는 가정하에)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만 같은 청소년과 청년 세대만 주요한 분석 수준이 아닌데 사회는 늘 이들에게만 주목한다. 그래서 세대론은 더 사회의 소통을 어렵게 하고 세대론의 주 대상이 되는 '청년'들은 졸지에 '낭만적 청춘'이 됐다가 '절망사회의 행복한 젊은이들'이 됐다가 하는 것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책 제목이 품은 이 형용모순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어떻게 절망의 나라에 행복한 젊은이가 생길 수 있나.

 

행복의 배경으로 절망이 깔려 있는 이 시대에 젊은이들은 어떻게 늙어가야 할까.. '곱게 늙는 것'이야말로 진짜 정신승리가 아닌가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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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그리고 삶은 어떻게 소진되는가
류동민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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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울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어려울까, 쉬울까?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고 싶어 손에 들었는데 괜한 심술이 일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류동민에게. 답을 내리는 데 고민은 없었다. 아마 쉬웠을 것이다. 한국에서 도시 공간을 경제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서울밖에 없다. 물론 부산이나 광주도 있다. 하지만 부산과 광주는 그 지역성과 역사성 때문에 늘 주제의 한계에 부딪힌다. 경기도 부천이나 전라도 임실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수도 있겠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엮을 만큼 분석거리가 있을까?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으며 내내 불편했던 이유는, 이 책이 꼬일 대로 꼬인 서울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줄줄 읊어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또 서울이구나, 이야깃거리는 서울에 몰려 있구나,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 몰려 있는 대형 서점 판매대에서 이 책을 집어 들겠지라는 생각에 답답해졌다.

 

류동민도 답답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딱딱하고 건조하게 서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살았다는 류동민은 서울에 기본적인 애정이 있는 듯했다. 서울에서 겪은 일들에야 당연히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떨쳐내고 싶은 아픔과 처절함이 있었겠지만, 문장 사이마다 드러난 옛 추억에 대한 감상이 묻어났다. 저자 스스로 한번쯤은 쓰고 싶었던 톤이었던 것 같다. 아마 아직도 386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은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서울에 대한 글인 것 같다.

 

서울은 동족 속의 소수의 집합이다. 서울대에는 강남서울대나 외고서울대가 있고 기균충과 지균충이 있다. 상위 1%가 간다는 서울대는 동족인 듯 동족이 아닌 소수자가 살고 있고, 때때로 논리도 없이 차별 당하고 배제 당한다. 잘 생각해보니 서울이 아니라 한국이 그렇다. 무서운 건, (영화 <하녀>에서 늙은 하녀 역을 맡은 윤여정이 말한 대사처럼) “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한서울을, 한국을 그러려니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 처지를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내가 드라마 <미생>을 보지 않았던 이유가 하루에 회사를 두 번 가고 싶지 않아서였다. <서울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나를 계속해서 서울의 현실로 소환했다. 서울살이가 피곤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다면 읽기를 권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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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 다른 세상의 시작
모이제스 나임 지음, 김병순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권력의 새로운 메커니즘, 지금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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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몰토크(맹지영, 유J / 북노마드/ 2015년 1월 발행)

이 책은 한국 미술 현장에서 부재했던 그 소소한 장면, 작고 가벼운 ‘스몰 토크’들을 하나로 묶은 결과물이다. 화자인 a와 b가 일상 속에서 예술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미술관에서 시작해 아파트, 거리, 공원으로 확장된다. 자연 속에 스민 풍경과 소리, 그 모든 것이 감상의 대상이 된다. 미술관에서 시작해 미술관 밖으로 확장되어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예술에 다가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2. 저항하는 평화(엄기호 외 / 오월의봄 / 2015년 1월 발행)

군대와 군사주의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냉철한 시선으로 권력을 해체하는 각계 지성들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대담에 참여한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은 각각 ‘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라는 주제 안에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과 우리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이 한국의 군대와 징병제,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특히 군축 문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너무 이상하다. 부디 이 책에서 뜬구름잡는 '평화' 이야기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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