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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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말로 꺼내지 못할 오글오글한 단어도 꺼내어 적고, 고민해서 골라 정리한 단어로 마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던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친구들이 고심해서 쓴 편지를 보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되는것 같아 여러번 읽었더랬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쓴 편지를 책으로 엮어 낸 『사라져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역시 같은 느낌이었다. 위기를 맞고있는 동물 자신의 처지나 받는이의 상황을 전하는 11개의 편지에서, 사라져가는 이들을 대변하기 위한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동물에 대해 인류는 점점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일원이라는 인식을 잃어갔습니다. 더구나 인류가 환경이 주는 혹독한 시련을 회피하는 정도를 넘어 자연을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부터는, 동물의 운명 역시 스스로의 구미에 맞게 바꾸는 지경이 됐습니다.  -329p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래의 사후에 대한 이야기다. 고래는 죽고 난 후, 살점과 뼈가 먹히고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는 기간이 100년 정도 된다고 한다. 한 마리의 고래가 평균 100년씩, 다른 생물이 번성할 수 있는 바다정원을 이루는 것이다. 죽어서도 바다로 돌아가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고 생태계의 사슬을 유지하는 고래의 모습을 보며, 자연의 순환에 대한 어떤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최근에 읽은 『멸종』이라는 책에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인간을 암덩어리 같은 존재라고 비유하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 

 

 

동물의 세계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냉정한 세계라고 하지만, 동물들은 필요 이상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은 기억할만 하다. 반면 호랑이사냥, 고래사냥, 꿀벌 사육 등 더 큰 이익을 위해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죽였던 것에 대해서는 주목해야 한다. 서식지를 빼앗아 농경지로 이용하고, 동물들을 먹기위해 키우고, 동족을 먹이기까지 하는 인간이란 진짜 암덩어리같이 무분별하게 번식하고 피해를 주는 존재같이 느껴져 부끄럽다

 

 

생명은 처음 지구상에 나타났을 때 이후로 면면히 이어져 왔습니다. 어쩌면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하고 전 지역에 퍼져 있는 뭇생명이 모두 하나의 생명의 다양한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중략)...  그대도 나도 인간도 모두 생명이라는 하나의 몸에서 나온 다른 표현입니다.  -229p

 

 

인간도 지구 생명체의 일원 이라는 생각을 이 편지들을 통해 얻을 수 있기를. 동서양의 철학과 문학을 아우르는 저자의 책을 통해 좋은 자극을 받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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