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안 죽어요 -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입니다
김정희 지음 / 설렘(SEOLREM)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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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김정희의 에세이 『이혼해도 안 죽어요』는 결혼과 이혼,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자전적 이야기이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이지만 동시에 단호하고 따뜻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혼이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증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함이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지속된 결혼 생활의 균열을 이야기하며, 이혼이라는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복잡한 감정과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결혼 생활이 파국에 이르는 과정은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균열들이 쌓인 결과였음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일어섰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별거는 이혼의 리허설이다. 두어 달 따로 지내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살림과 재정을 분리해 한두 해 살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해진다. 내가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본문 43페이지


이혼 후의 삶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이혼 직후 겪은 경제적 불안, 사회적 시선, 자존감의 붕괴, 그리고 육아에 대한 부담까지 낱낱이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며 ‘나’라는 존재를 다시 중심에 놓게 되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재정비하게 되었다. 아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며, 결국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작가의 모습은, 이혼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강력한 사례다.


이 책은 단지 개인적인 회고록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이혼, 특히 여성의 이혼은 무언의 낙인을 동반한다. 작가는 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며 “이혼은 죄도, 실패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녀는 ‘독한 여자’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묵직한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저급한 감정과 하찮은 인격을 지녔다. 그것은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이 들면서 추해지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일 것이다.

본문 99페이지


문장들은 간결하고 직설적이다. “죽긴 왜 죽어요. 이혼하고 더 잘 살면 되죠.”라는 문장은 유쾌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삶을 향한 치열한 태도가 담겨 있다.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혹은 이미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마치 언니 혹은 친구처럼 옆에서 다정하게 말 걸어주는 느낌을 준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어.”


『이혼해도 안 죽어요』는 이혼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무겁거나 우울하게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다층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진짜 인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독자로 하여금 ‘나도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하고 안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돌이켜보면 참 암울했다. 내 인생은 빛도 들지 않는 긴 터널 같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겨우 방향만을 잡아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본문 150페이지


이 책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용기와 희망을 준다.

결국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서는 법. 그것이 결혼 안에서든, 이혼 이후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삶의 자세임을 작가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말한다. 『이혼해도 안 죽어요』는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지금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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